한국신문업계는 오늘 37회 신문의 날을 맞아 "기자는 자정노력,보도는
공정노력"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기념행사를 치른다. 그동안 우리 언론들이
광복투쟁,민주화운동,조국근대화등에 이바지한 업적은 결코 낮게 평가할수
없다. 그러나 현재 신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 또한 만만치않다. 따라서
신문의 날은 자축보다는 자성의 날이 돼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첫째 신문발행도 하나의 산업이라고 볼때 우리는 한국적 이상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신문발행의 자유로운 참입이 허용되면 당연히 퇴출도 있게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인데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군소 신문들이 간혹 경쟁에서 탈락하는 것을 보아오긴 했지만 그것이
바탕의 흐름은 아니다. 광역을 상대로 하는 신문들은 선진국들 보다도
많이 생겼는데 도태되는 신문들은 아주 드물다는 것이 한국적 현상이다.

이것은 신문이 순수한 수지 이외에도 어떤 그밖의 재력에 의해,또는
그밖의 힘을 노리고 운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시장경제체제안에서의 공정한 게임이 될수 없다. 그리고
정당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신문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권력으로서의 신문,보조에 의한 신문의 존재는 문민시대와
자유경제체제와는 어긋난다는 점을 자성해야 한다.

둘째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거개의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ABC(부수공사제도)가 한국에선 왜 함흥차사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실체를 솔직하게 공개하지 못하면서 다른 부문들에는 진실을 밝히라고
어떻게 주문할수 있을 것인가. 또한 신문의 수입은 광고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광고는 부수와 정비례한다.

그런데 등식의 한쪽 변수인 부수를 밝히지 않으면서 다른쪽의 광고단가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상거래에선 일종의 횡포라고 아니할수 없다.
어떤 경우는 정체도 애매한 기구에서 실시한 모호한 열독율조사 수치를
가지고 자기신문의 부수가 최고라고 내세우고 있으니 이처럼
비과학적일수가 없다. 모든 산업이나 국민들이 이용하는 광고의
요금기준을 신문매체들이 이처럼 근거가 불분명한 일방적 잣대로 요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셋째로 신문들이 최근 무한경쟁에 돌입함으로써 야기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경쟁은 물론 바람직한 것이지만 질적 경쟁보다
량적 경쟁에 치우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무가확장지의 대량 살포경쟁은
이미 도가 지나쳐 있다. 신문들이 자원을 절약하자고 외치면서 스스로는
귀중한 외화를 들여 사온 자원을 곧바로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종사원들이 땀흘려 만든 제품의 상당부분을 독자들의 손도 거치지 않은채
패지가 되게 하는 일은 다른 산업에서 같으면 어림도 없는 행위이다.

넷째는 증면에 비해 질적 정체가 걱정되는 점이다. 지금 많은 신문들이
하루 32페이지를 발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GNP규모가 15배이상인 일본의
조간신문 통상지면이 32~36페이지이다. 거기에는 전면광고가
8~9페이지이상 끼여있다.

결국 GNP가 일본의 15분의1밖에 안되는 한국의 신문기사지면이 그들보다
더많은 셈이다. 여기에다 일본신문들의 기자수는 우리보다 2~3배 많다.
한국신문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뿐더러 기사내용을 부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될수있다. 다른 산업은 고도화로 가는데 신문은 저도화로 가는
꼴이다.

다섯째로 경쟁에 따라 우리신문들의 기사제목도 경쟁적으로 커지면서
한탕주의 보도경향을 보이는 것도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 제목이 커지는
것과 한탕주의보도는 국민들의 심성을 거칠게 만들수 있다. 고단위만이
통용되는 사회를 부추길수 있다. 잔잔한 일상은 소외되기 쉽다.
일본신문의 경우 기사본문을 100으로 했을때 제목분량은 대충 39내지
47인데 우리는 69를 넘고 있다. 국민들의 심성을 차분하게 만들고 일상의
다양한 가치를 심도있게 전문화하기 위해서도 충격요법같은 큰제목과
한탕주의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탕주의란 그날의 경쟁만
염두에 두는 찰나주의이다.

이밖에 기자들이 관청위주로 배치되어 관급기사비중이 계속 큼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정만능에 봉사하는 꼴이 되고 있는 점도 반성할 일이다.
문민시대에는 사회각계의 활동이 심층적으로 조명되어야만 각부문의
전문화가 촉진된다.

이상 신문들의 불건전한 경쟁현황과 편집보도행태에 있어서 본지가
예외라는 논지는 물론 아님을 본난은 부끄럽게 생각한다. 시장원리에 의한
올바른 경쟁과 정확하고 균형있고 심도있는 보도로서 한국사회의 전문화와
고도화에 최대한 기여할것을 신문의 날을 맞아 우리 스스로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