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이 버러지 같은 자식을 데리고 정치를 하니 올바로 되겠습니까"
이말은 78년 10.26사태때 김재규가 권총을 발사하기 직전 차지철 경
호실장을 가리켜 한 말로 알려졌었다.
합동수사본부가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난 다음 부터는 항간에 유행어처
럼떠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10일밤 SBS-TV "주병진 쇼"에 출연 처음으로 당시의 현장상황
을 공개증언하게 될 가수 심수봉(38,본명 심민경)은 6일 녹화현장에서
이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김재규가 권총발사 직전에 내 뱉은 말은 "건방져"라는 한마디 밖에
없었어요.박대통령에게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차지철을 쏜 다음 바로
박대통령을 쏘았어요."
심씨가 궁정동으로 불려가게 된 것은 78년 10월26일 당시 TBC운현궁
스튜디오의 "쇼쇼쇼" 녹화현장으로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 이전에도
2번이나 불려간 적이 있는 심씨는 녹화를 취소하고 곧바로 달려 갔다
고 한다.
"궁정동에 도착하자마자 차지철 경호실장이 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에
서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고 술상이 차려져
있었던 방으로 안내 했어요.그때 김재규씨와는 2번째, 김계원씨와는 첫
대면이었는데 둘다 얼굴이 로보트처럼 굳어 있었어요" 분위기가 어색해
지자 누군가 노래를 부를 것을 제의했다. 심씨가 먼저 "그때 그사람"을
부르고 나머지 사람중에 누군가를 지명해야 하는데 비교적 밝은 표정이
었던 차지철쪽으로 손가락이 갈 수 밖에 없더라고 한다.
"제목은 기억 안나지만 차지철이 제 다음으로 노래를 하고 미스 신을
지명했어요.미스신은 "사랑해 당신을"을 불렀는데 제기타 반주와 음이
맞지 않아 여러번 다시 불렀어요.
이때 "건방져"라는 고함과 함께 총성이 들렸어요." 심씨는 김재규가
총을 쏘고 곧바로 밖으로 나간뒤에 차지철이 손에 피를 흘리며 아무렇
지도 않다는 듯 "저사람 왜 저래"하며 화장실쪽으로 나가는데 놀랐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도 총을 맞고 나서 미스 신이 "괜찮아요"하고 물었을때
"괜찮아"라고 하는데 그 목소리가 총을 맞은 사람 같지 않더라구요.
한참있다 제가 부축을 하고 다시 "정말 괜찮아요"라고 물었을때도 "나는
괜찮아" 하며 버티시더라고요." 이후 심씨는 확인 사살이 진행되는 동안
미스 신과 함께 다른 방으로 도망가 문을 잠그고 몇시간이나 숨어 있었
다고 한다.이때 자신은 겁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인데
도 미스신은 "누 구누구와 짰는 모양이다" "누구누구가 사이가 좋지 않
아 사건이 터졌다"며 그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상상력을 펼치며 계속
이야기를 해댔다고 한다.
"미스 신의 낙천성에 놀랐지요.아마 저 혼자 있었다면 기절했을 거예
요" 이 사건이후 심씨는 일주일동안 조사를 받느라고 여기저기에 불려
다녔다고 한다.이 기간에 "주위에서 누가 물으면 무조건 모른다고 해
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그 전화에서 "지금 전화받는 사람 누구
지요"라고 유도질문을 하면 자신은 "몰라요"라고 대답해야 했다고 한다.
"조사가 끝났을땐 파김치가 됐어요.
그때 전두환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 불러 가보니 금일봉을 주면서 "고
생했다.보약이나 지어먹으라"고 했어요.백만원인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60만원은 보약을 지어 먹었어요" 심씨는 한창 힘들던 그때는 전두환씨
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수가 없더라고 한다.함께 갔던 미스신은 "무지
자상한 분"이라며 감동할 정도 였다고 한다.그러나 자신의 방송출연정
지조치가 "그 가수가 나오면 자꾸 국민들이 박대통령을 떠올린다"는 전
씨의 뜻인줄 알고나서는 원망도 많았다고 한다.
심씨는 그 사건이후 박대통령 유가족중 누구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섭섭했는데 92년 근영씨가 "도울일이 없느냐"며 사람을 보내와 감정의
앙금이 풀렸다고 한다.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미스신과는 10.26직
후에는 자주 만났지만 요즘은 뜸하다고한다.78년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중 생존자는 심씨와 미스신 그리고 김계원 비서실장 셋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