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언제 거사를 하려고 하는지,구체적인 것을 다카하시상이 좀
알아봐서 알려주시면 좋겠는데요. 그래야 우리도 대책을 세우지요.
언제까지나 거사를 보류하고 있을 수만은 없거든요" "그러잖아도 제가 다음
달에는 번정(번정)의 연락차 미도에 갑니다. 그때 그곳 지사들의 동정을
알아보고 오지요" "고맙습니다. 미도는 에도에서 가까워서 좋겠어요.
하루만에 갈 수가 있지요?" "말을 달리면 가능하지요. 걸어서는 삼사일
걸립니다" "우리 사쓰마는 너무 멀어서 불편하기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규슈가 섬이기 때문에 반드시 배도 타야 하고."
두 사람의 대화가 이제 핵심에서 벗어나 평범한 얘기 쪽으로 나가는
듯하자 시즈부인은, "식사를 가져와야겠군요"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주방으로 가서 준비해 놓은 저녁 식사를 날라온 그녀는 그것을 탁자에
차리면서 말한다.

"자,식사도 하면서 술을 드세요. 그래야 덜 취해요"
그리고 공기에 밥을 퍼서 먼저 다카하시 앞에 놓아준다. 그러나
다카하시는 밥 생각은 전혀 없는 듯 술잔만 기울인다.

아리무라는 밥공기를 받아서 앞에 놓고,마치 누님의 말에 순종하는 얌전한
동생처럼 젓가락을 가져간다.

시즈부인은 자기의 밥공기는 가지고 오지 않았다. 꿇어앉아 두 사람의
공기에 밥을 퍼담아주고나서 밥통을 살짝 옆으로 밀어놓고,그대로 다소곳이
앉아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저.여자가 그런 일에 나서는 것은 좀 뭐합니다만.다카하시상,혹시
세키데쓰노스케(관철지조)라는 사람 아시나요?" "알고 말고요. 열렬한
미도의 지사지요" "맞아요. 가을에 미도에 가시거든 그사람을 만나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죠. 그사람은 그쪽의 내막을 훤히 다 알고있을
거예요. 그런데 부인께서는 그사람을 어떻게 아시죠?" "미도가
고향인데,그사람을 모를 턱이 있나요. 미도에서는 널리 알려진
지사잖아요. 그리고 어릴 때 같은 마을에서 살기도 했어요" "아,그랬군요"
"만나거든 내 얘기를 해주세요. 우리 그이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그사람도
알고 있겠죠. 꼭 원수를 갚아달라고,내가 부탁하더라고 전해 주세요"
"예,예,허허허.어릴 때 무척 사이가 좋았던 모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