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소식들은 밝은 것보다
어두운 것들이 많다. 곳곳에서 싸움판이 벌어지고 민족분규가 그치질
않고있다.

경제에 관한 소식들은 더욱 가관이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각국기업들은 감량경영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너나할것 없이 생산라인을
폐쇄하는가하면 조직을 통폐합하고 감원을 하느라 야단들이다.

그런가하면 치열한 경쟁을 해오던 기업들끼리 손을 잡고 불황탈출을
시도하는 몸부림도 많다. 국가간에도 마찬가지다. 생존경쟁의 니전투구와
합종연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가운데 각국정부는 그 나름대로 경제활성화를 정책목표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종 경제대책을 쏟아내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세계경제는 그리 신통치 못하리라는 전망이다. 미국경제가 다소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금년도 성장률은 당초 기대에도 못미치는
3%정도에 머물거라는 예측이다.

독일이나 프랑스등 유럽국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
모른다는게 경제분석가들의 지적이다. 유럽국가의 실업률이 10%를
넘어서있는 상황이니 그같은 전망이 나올만도 하다. 13일로 예정된 일본의
경기부양대책 발표에 일반의 기대를 걸고 있는게 선진국들의 형편이다.

우리는 어떤가.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신정부출범이후 갖가지
경제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3월19일 발표된 "신경제 100일계획"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여기엔 설비투자촉진,중소기업지원 확충,경제행정규제
완화등이 골자를 이루고있다. 생필품 가격안정과 국민의식개혁운동등
담을수 있는 내용은 모두 망라돼 있다.

6월말까지 100일 계획이 끝나면 하반기부터는 별도로 마련된 "신경제
5개년계획"을 시행키로 돼있다. 이 5개년계획에는 금융실명제를 포함한
공약사업위주의 경제개혁 방안이 제시될 모양이다.

100일계획과 뒤이을 5개년 계획의 논리는 쉽게 짐작이 간다.
경기부양책의 성격을 띠고있는 "100일 계획"으로 빈사상태의 경제에
다소라도 활력을 보충해준 다음 본격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일게다.

"100일 계획"의 효험일지는 모르되 최근들어 미약하긴 하지만
경기회복조짐이 보이고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100일
게획"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많다는 점에 정책당국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율경제를 표방하면서 정부주도적인 강제적 수단들이 대종을 이루고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구조적 개선의 밑바탕이 되는 물가안정을 저해할 시책들이
많다는 지적들이다. 또 경제활성화에 매달리다 보면 금융실명제등
개혁의지가 퇴색될게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게 마련이다. 어쨌거나 "100일
게획"은 정책당국자의 말처럼 "신경제구상"을 실천에 옮기기위한
"준비운동"이라고 한다면 본경기인 신경제 5개년계획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 또한 걱정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는데 있다.

이유는 크게보아 두가지를 들수 있다. 하나는 5개년 계획을 서너달
동안에 만들다보면 졸속으로 흐르지 않을가하는 우려이다. 개혁에 초점을
맞추는 "경제계획"은 자연 정치논리가 강하게 스며들 소지가 많다.

새로 출범한 정부이니만큼 뭔가 보여주려할 것은 뻔한 이치다. 더구나
신정부는 과거 역대정권과는 다른 문민정부임을 강조하고 있으니
경제정책은 정책간의 상충이나 예기치못한 부작용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큰게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신경제5개년 계획과 기존의 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을
어떻게 자리매김하느냐가 애매해지고 결국은 좋지않은 선례를 남길것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7차 5개년계획은 대상기간이 92년부터 96년까지로 돼있다.
신경제계획기간(93~97년)과 차이가 나봤자 고작 1년에 불과하다. 이건
거의 같은기간에 정부의 경제계획이 2개나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경우
신경제계획은 말그대로 새계획인만큼 기존의 7차계획은 사문화될게 뻔하다.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도 7차계획의 폐기를 이미 시사한 적이 있다.
수많은 인원과 국가예산을 들여 작성한 국가경제계획이 폐기처분된다면
그만큼 낭비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낭비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공산이 커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국가의 장기발전계획이 꼭 필요하다는 전제가 타당성을 갖는다면
새로 출범한 김영삼정부도 임기후반에는 5개년계획이든 10개년계획이든
장기전략을 마련해야 할것이고 이계획 또는 전략은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의해 또 폐기처분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선예"에 따른다면 당연히 전정부(김영삼정부)가 만든 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계획을 짤것이다. 이렇게되면 "국가경제계획 따로,정권경제계획
따로"의 비효율적 악순환이 되풀이 될수 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유지는
한낱 구호에 그치게 되고 혼란만을 자초하는 결과를 피하기가 힘들게
분명하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으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신경제 5개년계획을
짜더라도 그것때문에 굳이 7차5개년계획을 폐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7차5개년계획에 문제가 있다면 전략과 수단을 보완.수정해가며 국가경제
발전전략으로 존속시키는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빠르면 금주중에 작성지침이 발표돼 상반기안에 확정지어질
신경제5개년계획에 대한 보다 충분한 검증과 신중한 결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