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출신 일부 장교들의 군내 비밀 사조직인 하나회의 회원명단 유인물이
최근 군인아파트에 살포돼 군 수사기관이 진상조사에 나서고 장교들이 술렁
거리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군인아파트에 지난 2일
아침 하나회 회원 1백70여명의 장성.장교의 이름이 적힌 유인물이 단지내
승용차 윈도브러시와 우편함에 다량으로 꽂혀 있었다는 것이다.

16절지 한장으로 된 이 유인물 앞면에는 타자글씨로 현재 중장에 진출해
있는 육사 20기부터 중령급인 36기까지의 17개 기수(1기당 10명 안팎)의 하
나회 대표와 회원 명단이 기수별로 분류돼 적혀 있다.

하나회는 73년 이른바 윤필용 사건때 육사 11~20기의 회원 명단이 드러난
바 있으며, 육사 26기까지의 명단이 일부 알려지기는 했으나 육사 36기까지
의 회원 명단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하나회는 육사 11기부터 36기까지 맥을 이어왔음이 밝혀졌다.
하나회 명단 유인물이 뿌려지자 권영해 국방장관.김동진 육군참모총장은
지난주초 대책회의를 갖고 진상파악을 하기로 결정해 육군 범죄수사단(범수
단.단장 채문기 준장)에 수사를 지시했으며, 범수단은 지난 8일부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수단은 현재 명단에 나와 있는 장교들을 개별 접촉하면서 하나회원인지
여부를 집중 파악하는 한편, 유인물 살포자와 살포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
다. 범수단은 수사 결과를 이번주 안으로 김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하나회원 명단이 적힌 유인물은 현재 국방부.합참에 근무하고 있는 장교들
사이에 나돌고 있으며, 계룡대 육군본부와 일부 전.후방 부대에 까지 전달
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명단을 본 비하나회 장교들 대부분은 충격 속에서 "90% 이상이 정확하다"
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장교들은 군 수뇌부가 진상을 조사한뒤 정
확한 하나회원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명단에 적혀 있는 하나회원 장교들은 각 기수별 또는 선후배끼리 활
발한 모임을 갖고 자구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회 회원 명단이 드러남에 따라 군내에서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단행될
군단장.사단장급 인사에 하나회원들이 얼마나 포함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군 수뇌부의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