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사쓰마의 지사들이 저희끼리만 거사를 해도 도리가 없겠군요"
다카하시가 결론을 유도하듯 말하자,세키는 좀 머뭇거리더니, "지금
현재로스는 그렇다고 봐야죠"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미도번으로서는 큰 수치가 아닐까요?존황양이의
본고장에서 그런 거사를 알고서 보고만 있은 꼴이 되니까요" "맞아요. 큰
수치죠. 그런데 존황양이의 본고장이라고 세상에는 알려졌지만,우리
천구당이 그럴뿐,실은 반대 세력이 딴고장보다 오히려 더 완강하단
말입니다. 그게 문제라니까요" "천구당으로서는 어쨌든 다이묘께서 양해만
하시면 거사를 주저하지 않는거죠?" "그야 물론이죠. 설령 제생당의
무리들이 가로막고 나선다 하더라도 기어이 젊은 지사들이 해내고야 말
겁니다" "그렇다면 사쓰마 쪽에서 단독으로 거사를 하도록 보고만 있을게
아니라,다니묘를 설득하면 어떨까요?" "그게 적극적인 방법이겠죠" "그일을
세키상이 맡아서 하실 용의는 없습니까?"
세키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싱그레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다카하시상이 다이묘를 찾아봅고 한번 진언을 해보세요.
에도에서 왔으니까 그곳 사정도 보고 드리고,사쓰마쪽 지사들의 움직임도
말씀 드리면서 ."
이번에는 다카하시가 좀 생각해 보더니, "그럼 세키상,둘이서 같이 한번
찾아뵐까요?"
하고 제의를 했다.

그 제의까지 뿌리칠수가 없는듯 "그럴까요"
하고 대답했다.

이튿날밤,남들의 눈을 피해서 다카하시와 세키는 다이묘인
도쿠가와나리아키가 유폐생활을 하고있는 저택을 찾아갔다.

도쿠가와나리아키는 미도번의 아홉번째 영주로,다이묘의 자리에 오르자
후지다도코( 전동호),아이자와야스시(회택안)등 미도학(수호학)의 대표적인
학자를 등용하여 번정의 개혁을 단행한 명군이다. 존황사상이 투철하여
미도번을 존황양이의 본고장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수있다.

히코네번(언근번)의 다이묘이며 막부의 대로(대로)인 이이나오스케와는
견원(견원)의 사이였다. 존황양이를 주창하는 터이라 개국 정책을
밀고나가는 이이나오스케와는 사사건건 대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