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거사와 무슨 상관이야?" "잘 생각해 보십시오,대감 어른.
거사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 보셔야지요. 사쓰마의 지사들이 거사에 실패했을 경우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들 지사에게 돌아갑니다. 다이묘가 그런 지시를
내렸으리라고 보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러나 우리 미도는 거사가 곧 복수의
성격을 띠게 된단 말입니다. 대감 어른께서 영구칩거를 당하시고,많은
중신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복수라고 생각할 게 뻔하지 않습니까?"

"음-" "그점이 분명히 다르지요. 그러니까 만약에 거사가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에는 도리어 우리가 지금까지보다 월등히 가혹한 박해를 당할 게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막부를 상대로 미도의 운명을 걸고 마지막 일전을
감행해야 할 그런 경우까지 생길지 모릅니다"
차마 다이묘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것이라는 말은 입밖에 내질
못하고,다카하시는 그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얘기를 했다.

그말의 뜻을 알아차렸는지 어떤지,도쿠가와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다카하시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한다.

"그처럼 우리 미도의 거사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대감 어른의 의향이
어떠신지 미리 여쭈어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음- 알았네. 자네 말이
옳아. 중대한 일이야"
도쿠가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다카하시는 다이묘가 아무 말이 없자,그 의향을
떠보려는 듯이 물었다.

"대감 어른,에도로 돌아가면 사쓰마의 지사를 만나야 되는데,그때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겠습니까?" "." "같이 손을 잡고 거사를 도모하자고
말할까요,그렇지 않으면 거절을 할까요?" "가타 부타 확답을 할 게
아니라,좀 보류를 해놓으라구. 그런 중대한 문제는 당장에 결정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두고 생각해 보자구" "예,알겠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세키가 한마디 입을 열었다.

"대감님,마음이 결정 되시면 저를 불러서 하명해 주십시오. 만약
대감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제가 신명을 바쳐 기어이 그일을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알았네. 물러가 있게"
다이묘의 얼굴에 흐뭇한 신뢰의 빛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