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경제 5개년 계획 기간에 금융실명제 시행과 관련해 `금융거래
실명화''만을 정착시키고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합산과세는 시행하지 않는
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금융자산에 대한 형평 과세 및 경제정의를 실현한
다는 실명제의 애초 시행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형식적인 것이어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0일 주무부처인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고위당국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소득의 합산과세를 통한 금융실명제의 전면 도입은 자금의 금융기관
대규모 이탈 등으로 경제에 커다란 부작용과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금
융기관의 예.적금, 주식, 증권 등 모든 금융거래를 반드시 실명으로 하
게 하는 `금융거래의 실명화''만을 늦어도 95년말까지 시행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청와대 및 관계부처 정책협의 결과, 현정부
임기중에는 일단 `금융거래의 실명화''만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
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고 "임기말쯤에 여건에 따라 극소수 고
액 금융소득자에 대해 종합합산과세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나, 시행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다른 당국자도 "82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금융실명제가 표
류해온 것은 결국 무리하게 종합합산과세 제도까지 한꺼번에 도입하려 했
기 때문"이라면서 "실명제의 단계적 실시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적 합
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정부가 임기중에 `금융거
래의 실명화''만을 제대로 도입해 전면시행의 기반만 확립해도 큰 진전"
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방침에 따라 지난 82년 제정된 금융 실명거래에 관한 법률
가운데 현실에 맞지 않는 일부 조항을 고치기로 했다.
정부가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조항은 <>1백만원으로 돼 있는 비실명 거
묵인.방조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과태료 인상 <>비밀보장 의무 위반
자에 대한 벌칙 강화 <>7백만원 이하로 돼 있는 미성년자 실명의무 면제
조항 등이다.
정부는 관련법령 정비를 마친 뒤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고
개혁의 열기가 꺼지지 않는 94년중 또는 95년말 이전까지 금융거래의 실
명화 조처를 단행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종합합산제도의 경우, 세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
안이 확정되더라도 전산망 구축 및 세정체계 정비 등에 최소한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일단 조세연구원.한국개발연
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구체적인 시행방안 및 경제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장기과제로 연구를 계속하게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