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인도의 네루총리가 서거한 직후 런던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다음과
같은 기사를 게재했다.

"위대한 사람이 현역에서 순직했을때 그의 위대함을 서거후에 뒤따라
나오는 놀라움이나 불확실성의 크기에 의해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릇된 평가다. 만약 일국의 지도자가 나라를 순조롭게 운영할수
있는 지도체제와 확실히 지명된 후계자에게 넘겨주지 못했다면 그것은
약점이지 강점일수는 없다. 네루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만일 그가
후계자를 잘 선정하고 지명했더라면 인도는 물론 전세계가 그의 서거사실을
더 조용히 비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의 위대함은 감소하지 않고 더
높아졌을 것이다"
네루후의 인도가 정치적 안정을 아직 찾지 못하고 혼란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도 원인이 있지 않은가 생각되어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다.

국가는 물론이려니와 일반기업에 있어서도 후계자의 양성은 가장 중요한
경영정책의 하나다. 이는 사장 회장의 후계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각계층마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하와의 상호의존관계를 잘 알고 인정을 받든 받지 못하든 간에 부하의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간경영자가 있다. 이러한 중간경영자는
자기의 관리능력은 부하의 업적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상사의 관리능력까지 향상시켜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술계통 사원들의 해외연수도 열심히 추진하여 왔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관리계통 사원의 해외연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룹내 회사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이사들은 대개가 다
해외에서 연수를 받고 온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능력을 키운다는것은 간접적으로 그의 부하들의 능력을
키운다는 뜻이된다. 이러한 인재가 있으므로 해서 그를 둘러싼 집단의
의지가 한결 강화되고 모래알 같은 대중의 힘이 하나의 바위로 모아지는
것이다.

회사의 중역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부하들의
교육훈련을 역설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중역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
반대로 그를 키워 나가고 더 큰 일을 시키겠다는 중역들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서 고난이 있으면 이를 극복해 감으로써 내 능력을
키워보겠다는 적극성이 있는 부하들의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지 않는가
생각된다.

개인의 능력개발은 개인의 건강관리와 같아서 자기 이외에는 아무도 내
능력을 키울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과,능력이 배양되는 것은 안이하게
배양이 되는것이 아니라 인내와 고통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된다는
점,그리고 직업을 통해서 하는 능력배양노력은 그 결과를 볼 수 있고
인정과 칭찬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고통이기 때문에 해 봄직한 고생일 수
있다는 점등을 아는 사원이라야만 후계자로 양성될 수 있는 사원이 된다.

후계자가 양성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상사에게도 부하에게도 다 그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상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하에게 충분한 일을 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사이며 만약
부하에게 어려운 일을 시키지 못하는 상사는 사회적인 중요자원인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수 없게 된다. 기업내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도의 상상력을 구사하고 또 창의력을 발휘할수 있는
능력은 대부분 부하들이 갖추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나는 20여년동안 선대 회장인 박두병회장을 모시면서 그에게서 신용
위주의 경영철학,고객과 기술의 중요성등에 관한 그의 철학을 완전하다고
할 정도로 터득하였다. 회장 생존시에도 그러하였지만 돌아가신 후에도
나의 판단기준은 그의 경영철학에 근기를 두었다. 이 일을 이렇게 했을때
회장의 생각과 차이가 나지나 않을까 하는것이 나의 염려이었도 그 기준에
의한 결정에서 그의 비토를 받은 일은 그의 생전에는 한번도 없었으며
돌아가신 후에도 내가 판단할 때 대과는 없었으리라 자부한다.

박회장은 나를 그의 후계자로 약정해 놓았던것이 틀림없었다는 느낌을
요즘와서 때론 갖지만 후계자를 지목하셔서 발표하실때 까지는 나에게는
일언반구 그러한 뜻을 나타내신 일은 없었다.

한가지 여기서 특기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나 다음 사장으로 자네를
작정했다. 그리고 자네 다음 사장은 자네가 결정할 일이지 내 의사를
쓸데없이 촌탁해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의 의사에 따라 나는 78년 2월 사장직을 부사장 최인철씨에게 넘겨 주고
그룹 회장을 전담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 일반 기업의 계승풍토와는
판이한 결정이었다. 진심으로 기업을 중하게 생각하고 기업의 발전을 다른
어떤것 보다더 중요시했던 박회장의 경영철학을 여실히 나타낸 진면목이
아닌가 생각되어 머리가 수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