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모더니즘은 존재했는가. 존재했다면 언제 어떤 형태로 생겨나
어떻게 남아 있는가. 그 의의와 가치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은 모두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포스트모더니즘바람이 거세게 일었던 국내 미술과 건축계에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뿌리찾기 움직임이 한창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모태이자 발아되기 위한 필수조건인 모더니즘에 대한
확인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것.

작가와 평론가 건축가가 함께 "한국의 모더니즘"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펼치는가 하면(공간 4월호 특집),사라져가는 한국의 현대건축물을
되돌아보는 기획(월간 "건축가")을 통해 모더니즘건축의 실상을 살펴보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모더니즘 존재 여부에 대한 이같은 확인작업은 그간의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의가 말만 무성한채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갈수록 어지러운 현상만을 낳고 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고 그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탕이 되는 모더니즘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살피고
그근간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식이 미술과 건축분야 모두에
팽배해지고 있는 셈이다.
미술과 건축관계자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모더니즘시대를 60년대로 잡고
있다.

김봉열씨(울산대교수)는 "우남회관 유네스코회관등을 예로 들어 50년대에
모더니즘이 생겨났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하나의 양식으로서 모더니즘을
수용한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50년대건축물은 모더니즘의 정신은 제외된채 모더니즘의 가시적 형상만을
수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한국건축의 모더니즘 출발점을 김중업과 김수근이 프랑스와
일본에서 각각 귀국한 50년대말 60년대초로 잡고 그이유는 국제주의양식을
거부하고 한국적 또는 동양적 문화및 풍토와 연관된 건축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90년대의 중진건축가들이 모두 60년대에 활동을 시작했으며 따라서
이들의 작업은 아직도 60년대의 건축이론이나 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60년대 모더니즘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해체할만한 건축이론이나 대상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체가 아니라 재구성과 재구축의 자세라는
결론이다.

박길용씨(국민대교수)역시 60년대를 한국모더니즘건축의 태동기로 보고
이는 이시기에 양식적 변환이 아니라 가치관의 변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모더니즘건축의 대표적인 건물로 주한프랑스대사관 제주대학본관
워커힐 힐탑바 동립산업 혜화동성당 중앙대학교도서관 자유센터
공간사옥등을 꼽은 박씨는 그러나 한국건축의 4세대라고 할수있는 90년대
건축가까지도 모더니즘의 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미술평론가 이일씨(홍익대교수)는 "우리나라의 몇몇 작가들에게서
찾아볼수 있는 모더니즘적 혹은 미니멀적 경향은 그 발상에 있어 구미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하고 "이는 자연관의 차이에서 연유된
것이거니와 그와같은 의미에서 우리의 모더니즘미술의 기본이념은
범자연주의적사고라 할수있다"고 말한다.

"왜 새삼스럽게 모더니즘인가"라고 반문한 이씨는 그 이유가 아마도
오늘의 시점이 한국의 모더니즘을 재검증해야 할때이기 때문일것이라고
보고 자신이 아는 한 한국미술의 모더니즘은 60년대에 태동돼 70년대를
정점으로 하며 그 특징은 "환원과 확산"이라고 해석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