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품위를 지키려다 굶어죽는 것보다는 실속있는 장사가 더 낫다"
1세기이상 고급차만을 고집해온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불황극복을
위해<>파격적인 대중차 개발<>과감한 조직개편과 감량경영<>적극적인
현지화전략등을 통해 혁신적인 경영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웬만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무시한채 오로지 기술과 품질우위의 전략만을
추진해온 "오만한 거인"이 이제는 "팔리는차"를 위주로한 마케팅중심으로
경영전략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벤츠로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도 할수 있는 이같은 대변혁은 한마디로
세계자동차환경이 지금과같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과거의 우월적 지위나
기득권만으로는 미래의 승부를 걸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벤츠의 대명사격인 고급승용차는 미.일.유럽등 세계3대
자동차시장이 연3년째 동시불황에 빠져있는 악천후 속에서 지난 89년이후
일본차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2년전 제네바에서 선보였던 S클래스의
리무진도 결국은 실패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승용차판매실적에서 사상 처음으로 라이벌회사인 독일의
BMW에 추월당했던 점은 벤츠의 자존심 문제는 둘째치고 생존자체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BMW는 지난해 59만4천여대의 승용차를 팔아
53만대에 그친 벤츠를 6만여대나 앞질렀다.

벤츠가 이같은 난국타개를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댄것은 체중감량을 위한
군살빼기였다.

벤츠는 지난 한햇동안 모두 1만4천명을 해고한데 이어 올해도
1만5천여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벤츠의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는 현재보다 7만대 이상 줄어들게 된다.

벤츠는 감량경영에 이어 "독일 밖에서는 승용차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지금까지의 고집을 꺾고 미현지 진출을 발표하는등 현지화를 통한 과감한
국제화 전략에 착수했다.

벤츠는 올들어 지난 2월 미국과 한국에서 승용차를 현지 생산키로
발표한데 이어 멕시코와 인도에도 현지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벤츠는 여기에 그치지않고 동남아 시장공략을 위해 지난 80년에 문을 닫은
필리핀 공장을 재가동,중형승용차를 생산키로 하고 필리핀정부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벤츠의 "변신"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대중차 개발이다.

벤츠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헬무트 베르너 현부회장은 지난 1월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대처키 위해 94년말부터 새로운 대중차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베르너 부회장의 이같은 "대반란"은 도요타를 비롯한 각국 자동차
메이커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는 지금까지 고급차 생산에만 주력해왔고 벤츠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겨냥한 전차종생산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다시
말해 세계자동차 시장이 90년대 중반부터는 모든 모델에 걸친 치열한
육박전을 치르게 될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베르너 부회장이 밝힌 대중차 모델은<>도시형 소형시민차(city
car)<>지프형 레저자동차(RV)<>다목적용자동차(MPV)등 세가지다.
베르너부회장은 이같은 생산전략변화에 대해 "벤츠의 고급승용차는 기능이
복잡하고 장치가 많아 값이 비쌀수밖에 없다"며 "가격요소를 무시한채 좋은
차만을 만들어 내는 "옹고집 전략"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적정 가격대의
차종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한다.

베르너 차기사령탑의 얘기는 결국 고소득층을 겨냥한 부티나는 고급
차종뿐만 아니라 소형및 중형모델등 값싼 자동차를 양산,경영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뜻을 담고있다.

벤츠는 현재 신모델개발과 관련,스페인 현지에 2억2천만달러의 자금을
투입,소형차 제조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모델명이 "MO"인 이
소형차는 오는94년 후반 혹은 95년 초반께 모습을 드러내 프랑스 르노사의
"에스파시",미크라이슬러사의 "보이저"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게될
전망이다.

벤츠는 또 랜드로버사의 "레인지로버"와 "디스커버리",미쓰비시의
"파제로"및"쇼군",크라이슬러의 "그랜드체로키"등과의 경합을 위해 4륜구동
레저승용차의 개발에도 안간힘을 쏟고있다.

90년대 후반에는 르노사의 "트윙고"와 같은 도시형 승용차를 선보인다는
청사진 아래 이를 위한 준비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있다.

벤츠는 이같은 신모델 개발과 함께 경영효율화를 위한 과감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벤츠는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6단계로 나뉘어 있던 경영층을
4단계로 축소시켰다. 이는 지금까지의 결재단계를 2단계이상 대폭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벤츠는 또 본사의 핵심요원을 일선 부서로 재배치하는등
과감한 인사혁신을 단행했다.

벤츠의 이같은 변신이 세계자동차시장에 과연 어떠한 회오리를 몰고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