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미국에 다녀오는 길에 56달러를 주고 벤호건 2번 아이언을
샀다. 그것으로 한 달 정도 열심히 연습을 했더니 모든 클럽에 대한
타격감각이 눈에 보이게 향상된 느낌이었다.

롱아이언을 잡을때면 엄습해오던 종전의 불안감도 완전히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 연습 결과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2월말에는 올들어 처음
나간 필드인데도 가볍게 70대스코어를 냈다. 그래서 "올해는 골프를
굉장히 잘 치리라"고 내심 기뻐하면서 어서 봄이 오기를 기대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나 3월이 되어 잘 안된다 싶던 샷이 3월중순이후에는 감이 전혀
없어졌고 아이언샷의 비거리마저 두 클럽정도 짧아져 버리는 것이었다.
클럽을 잡고 타석에 들어서면,"머리를 고정시키자. 왼쪽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도록 하고 테이크백은 왼쪽 어깨로 시작하자. 볼에대한
임팩트감을 왼손등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다운스윙을 왼팔로 리드하되
레이트히팅이 되도록 주의하자. 헤드업하지 말자."온갖 생각을 떠올리다가
스윙하지만 볼을 치고 나면 한숨만 푹푹 나오는 것이었다. 그같이 한숨을
쉬다보면 쥐고 있던 클럽을 부러뜨리고 싶어졌고 이런 극심한 슬럼프가
보름이상 지속되자 골프채의 그립을 모두 갈아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별무소용으로 마침내 클럽을 바꾸고 싶은 마음까지 들어 몇군데
골프상을 어정거리며 새로운 골프채들을 만지작거리기도 하였으나 차마
그러지는 못한채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프로나 아마추어나 골퍼에게 슬럼프가 있다는 것은 그 원인이 자신의
바이오리듬의 불규칙함에 있든 혹은 생활의 급작스런 변화에 있든
숙명적이라 할 것이다. 골퍼로서는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조심해야 하겠지만 슬럼프도 하나의 당연한 현상으로 볼수있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 기간을 짧게 하거나 그것으로부터 탈출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지혜가 동원돼야 한다.

골프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에 관하여 우리들은 흔히 인생살이에 비유한다.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기를 이기는 일,다시말하자면
스스로 자기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공자님이
극기복례위인(극기복례위인)이라고 말씀한 것이나 또는 "전쟁터에서는 한
사람이 만 사람을 이길 수도 있으나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자기자신을 이기는 자이다"라고 하는 선현의 가르침에 비추어 이같이
말해도 틀림은 없을 것이다.

골프를 인생살이에 비유해도"골프의 슬럼프"는 인생살이에 있어서
부딪치게되는 자기자신의 과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살아가는
동안 맞게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의 답을 알고 있는
스승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골프의 슬럼프를 벗어나는 지름길
가운데 최고의 것은 자기의 스윙을 평소 잘 알고 있는 조언자로부터 잘못을
고쳐잡는 방법이 아닐까한다. 이는 오랫동안 잭 니클로스가 자신의 선생인
잭 그라우트의 조언을 받은 일이라든가 최근 리드베터라는 명레슨프로가
슬럼프에서 허덕이던 닉 팔도를 구출해 낸 사실,그리고 골프아닌 다른
운동에서 코치나 감독을 두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골프에 있어서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기의 잘잘못을 아는 조언자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프로골퍼들
모두가 하나같이 특별하게 코치나 조언자를 두지않은채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우리 골프계의 낙후성을 대변하는 부끄러운 일면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