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집은 복 전문집이다.

강남구청 부근에 위치한 이집은 홍아무개선생의 "소문난 맛있는 집"
책자에 소개될 정도로 음식맛이 뛰어나 늘 손님들로 가득 찬다.

특히 점심때면 자리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하루 매상이 수백만원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지난달 초 이집에 도둑이 들었다.

사건은 점심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카운터를 보던 여주인 장씨가
화장실에 가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 장씨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카운터에서 바바리 차림의 한 남자가 후닥닥 문쪽으로
뛰어나가는게 보였다.

수상쩍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고속이 텅 비어 있었다.
10만원짜리 수표가 5장,만원짜리 지폐 2백장이나 들어있던 금고였다.

"저놈 잡아라"
장씨가 소리쳤을때 바바리는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막 나가고 있었다.
종업원 조군과 민양이 뒤쫓아나갔다. 그들이 바바리 목덜미를 낚아챈 것은
음식점에서 30 도 채 떨어지지 않은 도로 위였다.

"이거도대체 왜 이러쇼"
음식점에 끌려온 바바리가 장씨에게 빈정거리며 능청을 떨었다.

"훔쳐간 돈 내놔. 돈만 내놓으면 용서해 주겠어"
"돈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오"
"아니 이자가 그래도 시치미를,자꾸 이러면 몸을 뒤져보겠어요"
"이 여자가 나를 뭘로 보고 이러는 거야. 어디 뒤져봐. 만일 아무것도
안나오면 당신 혼날줄 알아"
그래서 조군이 몸 수색을 하게 됐다. 그러나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온게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2백여만원이면
적지않은 부피여서 몸 어딘가에 숨겼다면 금방 드러날텐데도. 이렇게 되자
바바리가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강남서 강력계 탁반장이 출동했다. 탁반장은 자초지종을 듣고는 바바리를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종업원 조군과 민양에게 물었다.

"바바리가 밖에 나가서 딴 공범에게 건네준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뒤쫓아 나갔을때 바바리로부터 돈을 건네받을 만한 사람을
전혀보지 못했습니다"
조군이 대답했다.

탁반장은 음식점 출입문에서부터 바바리가 잡혔다는 지점까지 두번쯤
왔다갔다 하면서 세밀하게 살폈다. 거기는 회사 사무실이 밀집돼있는
곳이었다. 잠시뒤 그는 길거리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주인 장씨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잃어버린 돈을 그대로 찾아드리겠습니다"
"어머,그럼 바바리가 범인이 아닌가요"
"천만에요. 그사람이 범인입니다. 아주 치밀하고 지능적인 사람이에요.
훔친 돈을 운반해 가려고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했어요. 물론 공범은
없었지요. 그러나 저를 속일수는 없습니다. 나는 내일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그 사람을 체포할 겁니다"
이틀후 탁반장은 바바리가 자기집 안방에서 훔친 돈을 세는 현장을
덮쳤다.

공범이 없는 이 사건에서 탁반장은 길거리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바바리를
범인으로 잡을수 있었을까. 또 탁반장이 도움받은 사람은 누구일까.

우체통과 집배원. 범인은 미리 자기 주소가 적힌 서류봉투를 준비했다가
훔친돈을 넣어서는 우체통속에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