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문화] (15) 연극계, '빈익빈 부익부' 심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80년대이후 우리 문화계에서는 공연장과 영화관등 문화시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또 각종 공연물과 출판물이 폭증하는등 외형적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문화의 이같은 양적팽창은 자본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변혁에 다소
둔감할수 밖에 없던 연극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수년간 연극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연극계의 "빈익빈
부익부"징후였다.
영상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객들에게 소구력이 떨어지는 연극의 한계를
절감한 몇몇 극단이 많은 제작비용을 들여 공연을 버라이어티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끌어모으려 한 것이다.
여기에는 각종 대형 공연장의 설립도 한몫을 했다. 최근 전관개관된
예술의전당의 예에서 알수 있듯이 갈수록 대형화돼가는 공연장은
필수적으로 공연규모의 대형화현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극단에 의해 주도된 공연규모의 대형화는 연극도 돈이 없으면 할수
없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또 투자만 제대로 한다면 연극으로도 돈을 벌수있다는 관념이 생길만큼
대형 히트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최대의 흥행작이라 할수 있는 대학로극장의 "불 좀 꺼주세요" 극단
산울림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등이 그것이다.
수년전만해도 조그만 소극장에서의 한달공연 제작비용은 5천만원정도
드는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어지간한 공연을 하는데도 최소한 1억원내지 1억5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러한 제작비용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입장료를 상승시켜 웬만한 공연의
입장료는 모두 1만원이 넘는다.
공연규모의 대형화에는 최근의 뮤지컬붐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배우들의 노래와 춤은 물론 대형 무대장치등으로 볼거리,들을거리가
풍부한 뮤지컬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우후죽순처럼 많은 뮤지컬이
쏟아졌다.
"난센스""아가씨와 건달들""캣츠"등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흥행됐던 작품
대부분이 국내에서 공연됐으며 현재도 두 극단에 의해 동시에 공연되고
있는 "레미제라블"을 비롯 많은 작품이 올려지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뮤지컬과 "미녀와 야수""우람이와 마법사"등을 선보이는
방송사의 뮤지컬까지 합하면 상당한 양에 이른다.
이러한 뮤지컬붐은 제작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뮤지컬전문극단들이 모여 뮤지컬협회를 만들기도 했으며 윤호진 정진수씨등
그동안 활발한 뮤지컬 활동을 벌여온 사람들을 주축으로 전문뮤지컬
제작단체인 "에이콤"이 설립되기도 했다.
공연의 대형화는 연극의 제작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그동안의 동인제
극단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프로덕션시스템의 도입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자본을 가진 한명의 기획자(대표)또는 전문기획사가 배우와 연출자를
고용해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연극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양적인 증가를 보인 연극계가 본연의 기능인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이다.
공연규모의 대형화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정에 있는 극단들로 하여금
다른 출구를 찾게 했고 그 결과는 흔히 말하는 대학로의 "뒷골목연극"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10대 청소년관객으로 객석을 채우고 있는 이러한 극단들은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외국의 저급한 작품을 양산하는가 하면 선정적인
"침실연극"도 자주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창작극이 사라진 자리에 외국 번역물들만 휩쓸고 있다거나
그나마 나오고 있는 창작극마저 TV방송의 멜로드라마수준과 비슷해지는
것도 연극의 참맛을 살리지 못한채 흥행의 환상에 젖어 있는 우리 연극계의
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연극이 양적 팽창에 상응할만한 질적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창조정신의 실종을 든다.
한예로 그는 대극장공연과 소극장공연의 균형을 이루어줄 참다운
소극장운동 정신이 사라진 것을 꼽는다.
우리연극계에서 소극장운동이란 적은 자본을 가지고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며 연극이 대형화될수록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과
양식주의를 극복해주는 역할로서의 실험정신이 가득찬 소극장 무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연극협회의 임영웅이사장은 연극이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제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공연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지적한다.
"서울에서 매일 저녁이면 평균 30편의 연극이 올라갑니다. 배우와
스태프등 한 작품당 관계하는 인원을 5~10명으로 쳐도 1백50~3백여명이
참가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에 앞으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인원까지 합하면 상당한 수의
인원이 공연에 투입되고 있다는것.
"문제는 이러한 공연들이 한정된 관객층을 대상으로 제살깎아먹기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질로 승부함으로써 관객의 절대수를 넓혀가는
것만이 우리연극의 활로라는 주장이다.
<이영훈기자>
늘어났다. 또 각종 공연물과 출판물이 폭증하는등 외형적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문화의 이같은 양적팽창은 자본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변혁에 다소
둔감할수 밖에 없던 연극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수년간 연극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연극계의 "빈익빈
부익부"징후였다.
영상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객들에게 소구력이 떨어지는 연극의 한계를
절감한 몇몇 극단이 많은 제작비용을 들여 공연을 버라이어티화함으로써
관객들을 끌어모으려 한 것이다.
여기에는 각종 대형 공연장의 설립도 한몫을 했다. 최근 전관개관된
예술의전당의 예에서 알수 있듯이 갈수록 대형화돼가는 공연장은
필수적으로 공연규모의 대형화현상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극단에 의해 주도된 공연규모의 대형화는 연극도 돈이 없으면 할수
없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또 투자만 제대로 한다면 연극으로도 돈을 벌수있다는 관념이 생길만큼
대형 히트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최대의 흥행작이라 할수 있는 대학로극장의 "불 좀 꺼주세요" 극단
산울림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등이 그것이다.
수년전만해도 조그만 소극장에서의 한달공연 제작비용은 5천만원정도
드는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어지간한 공연을 하는데도 최소한 1억원내지 1억5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러한 제작비용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입장료를 상승시켜 웬만한 공연의
입장료는 모두 1만원이 넘는다.
공연규모의 대형화에는 최근의 뮤지컬붐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배우들의 노래와 춤은 물론 대형 무대장치등으로 볼거리,들을거리가
풍부한 뮤지컬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우후죽순처럼 많은 뮤지컬이
쏟아졌다.
"난센스""아가씨와 건달들""캣츠"등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흥행됐던 작품
대부분이 국내에서 공연됐으며 현재도 두 극단에 의해 동시에 공연되고
있는 "레미제라블"을 비롯 많은 작품이 올려지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뮤지컬과 "미녀와 야수""우람이와 마법사"등을 선보이는
방송사의 뮤지컬까지 합하면 상당한 양에 이른다.
이러한 뮤지컬붐은 제작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뮤지컬전문극단들이 모여 뮤지컬협회를 만들기도 했으며 윤호진 정진수씨등
그동안 활발한 뮤지컬 활동을 벌여온 사람들을 주축으로 전문뮤지컬
제작단체인 "에이콤"이 설립되기도 했다.
공연의 대형화는 연극의 제작방식에도 영향을 미쳐 그동안의 동인제
극단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프로덕션시스템의 도입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자본을 가진 한명의 기획자(대표)또는 전문기획사가 배우와 연출자를
고용해 한 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연극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양적인 증가를 보인 연극계가 본연의 기능인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이다.
공연규모의 대형화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정에 있는 극단들로 하여금
다른 출구를 찾게 했고 그 결과는 흔히 말하는 대학로의 "뒷골목연극"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10대 청소년관객으로 객석을 채우고 있는 이러한 극단들은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외국의 저급한 작품을 양산하는가 하면 선정적인
"침실연극"도 자주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창작극이 사라진 자리에 외국 번역물들만 휩쓸고 있다거나
그나마 나오고 있는 창작극마저 TV방송의 멜로드라마수준과 비슷해지는
것도 연극의 참맛을 살리지 못한채 흥행의 환상에 젖어 있는 우리 연극계의
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연극이 양적 팽창에 상응할만한 질적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창조정신의 실종을 든다.
한예로 그는 대극장공연과 소극장공연의 균형을 이루어줄 참다운
소극장운동 정신이 사라진 것을 꼽는다.
우리연극계에서 소극장운동이란 적은 자본을 가지고 흥행작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며 연극이 대형화될수록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과
양식주의를 극복해주는 역할로서의 실험정신이 가득찬 소극장 무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연극협회의 임영웅이사장은 연극이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제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공연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지적한다.
"서울에서 매일 저녁이면 평균 30편의 연극이 올라갑니다. 배우와
스태프등 한 작품당 관계하는 인원을 5~10명으로 쳐도 1백50~3백여명이
참가하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여기에 앞으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인원까지 합하면 상당한 수의
인원이 공연에 투입되고 있다는것.
"문제는 이러한 공연들이 한정된 관객층을 대상으로 제살깎아먹기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질로 승부함으로써 관객의 절대수를 넓혀가는
것만이 우리연극의 활로라는 주장이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