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이란 원래 종교적인 개념이다. 국어대사전에는 "신성한 장소"라고
풀이하면서 불교의 영장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종교적
개념이 일반화되어 가령 "전화등이 미치지 않게 하기로 당사국 사이에서
양해가 되어있는 지역"으로 확대되었다가 다시 "문제삼지 아니하게 되어
있는 사항"으로 추상적 의미로 전화되었다. "비리척결에 성역없는
수사"라고 말할때의 성역이란 바로 마지막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라 할수
있다.

"자정운동"이 우리사회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면서 성역의 본래적 의미에
해당되는 종교계의 재산공개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발단은 얼마전에 가톨릭의 김수환추기경이 "종교도 깨끗해지려면 성직자
재산과 교회재정을 공개하는것이 좋다"고 말한것으로 보도된데 있는게
아닌가싶다.

다만 각종 종교가 우리사회에서 차지하고있는 비중에 비추어 볼때 종교계
자체가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불교 기독교 유교등 우리 종교단체는 종교법인으로서
국가로부터 각종의 혜택을 받고있고 신도수는 나날이 증가일로에 있다.

그리고 개신교회나 가톨릭교회,그리고 사찰등의 건물등은 날로 높고
웅장해지고 있는 반면에 종단의 내분,성직자의 외화도피등 세간의 빈축을
사는 일들이 가끔 있었던게 사실이다.

개방된 민주사회에서 종교계라고 원래적 의미에서의 성역일수는 없다.
성직자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일신을 희생하고있다는 의미에서
성직자이지 국민의 한사람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개신교 목사나 가톨릭의 신부들이 자진해서 소득세등을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한 일이지만 성직자다운 행위라고 말할수 있다.

종교계의 재산공개는 교회 사찰등의 재정공개와 성직자 개인의 재산공개로
나눠서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어느경우에 있어서나 일률적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하는것은 성급한것이 아닐까. 교단마다 사정이 다르고
잘못하면 "종교탄압"으로 비쳐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 원로가 말했다는 "열린 사회에서 숨길게 없다. 그러나 억지로
해선 안된다"는 의미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