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26일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를 오는 5월말까지 한달
연장키로했다고 발표했다. 연장배경에 대해 국세청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진짜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경상조사국장은 "회사의 규모가 방대하고 업무량이 많아 당초 예정한
기간(60일)내에 조사를 마치기 어려웠다는 공식 발표문에서 한마디도 더
보태거나 뺄게 없다"고 설명한다. "규모가 큰 기업은 2개월만에 조사를
끝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포철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지난 두달간의 조사양상을 보면 국세청의 이날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게 국세청 주변의 얘기다.

이번 조사는 국내에 있는 전체 법인중 법인세 신고가 불성실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골라 조사하는 정기조사다. 한해에 3천~4천개 기업을
조사하는것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출국규제령을 내리는등 다른 기업보다 훨씬 강도높은 조사를 해왔다. 특히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정계진출과 관련,포철의 내부자금이 박전회장개인의
정치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도높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전회장의 자금유용혐의를 확실히
발견하지 못했고 이것이 조사연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번 "칼"을 댄이상 끝까지 조사해 혐의사실을 밝히겠다는
"의지"표현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감사원 검찰등 사정관련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각종 비리에
대한 사정활동에 나서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 이들 기관이
적지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은 "칼"을 쥐고 있는
국세청이 아직 "한건"도 올리지 못하고 있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때까지 조사를 강행하겠다는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연장되면서 조사인원도 대폭 늘어났다. 전산요원 4명을
추가했다는게 공식입장이지만 포철주변에선 국세청이 밝히고 있는
숫자(35명)의 3배가량인 약1백명이 조사중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때문에
포철측의 불만도 적지않다. 포철 관계자들은 "국세청에서 빨리
탈세혐의라도 잡고 조사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세무조사로 인해 기업활동이 그만큼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갖고있는 세무조사란 "칼"은 휘두를수록 날이 무뎌진다.
서슬퍼런 "칼"의 존재만으로도 그 칼을 언제 맞을지 모르는 기업들로
하여금 세금을 제대로 낼수있게 하는 기능을 해야만한다. 함부로 써서
"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물론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는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