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세계각국의 관심이 이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엔고가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일부에서는 85년의
3저현상에 비유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과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소수이긴 하지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비중이 큰 것에만 착안,엔고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같이 상반된 견해가 언론에 소개됨으로써
일반인은 엔고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엔고현상의 의미와 배경 그리고 전망, 엔고가 일본경제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우리에게 주는 효과와 활용방안등을 차례로 설명해
보기로 한다.

엔화는 지난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급격한 절상현상을 보인 이후 약
5년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다가 금년들어 갑자기 다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달러당 엔화는 지난 연말 1백24엔에서 최근에는 사상최저치인
1백10엔대를 돌파하기도 하였다. 올들어 약12%가 절상된 셈이다. 그러나
3저시대의 90%대에 비하면 절상폭은 8분의1정도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3저시대에는 달러약세로 엔화뿐만 아니라 마르크등 유럽통화까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으나 이번에는 엔화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엔화가치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국제수지흑자가
대폭 확대되었을 뿐아니라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등
경제기본여건(Fundamentals)에 대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회복에 따라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경제는 금년들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G7(선진7개국)재무장관들간에
엔화강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미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텐소장이 엔화의 15~20% 추가절상을 주장하면서 엔화에 대한
투자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앞으로도 일본경제의 기본체질이 강하고 엄청난 무역흑자가 단시일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엔고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미국등 선진각국들이 서로 협조하여 엔고를 저지하기 위한 시장개입에
나설것 같지도 않다. 우선 미국은 클린턴대통령이 엔고를 용인하는 발언을
한것에도 나타나듯이 이번의 엔고를 무역수지적자 해결을 위한 하나의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듯 하다. 즉 직접적인 통상압력을 통해
무역적자를 해결하는 한편으로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의해 발생되는
엔고현상을 통해 일본의 수출증가세 둔화와 수입촉진효과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역시 엔고저지를 위해 굳이 시장개입에 나설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번의 엔고현상은 지난 85년의 플라자합의때 엔과 마르크가 달러화 조정의
초점이 되었던 상황과는 다르다. 당시 독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흑자국이었으나 이젠 재정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통화가 달러에 대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엔고에 따라 상대적인
이점을 받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엔고저지를 위한 시장개입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엔고현상이 하나의 기조로 정착되면 일본의 수출을 대변하는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부품산업등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된다. 과거와는 달리
수출단가인상도 어려운 입장에 있다. 세계경기가 부진하여 수요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가 신흥공업국들과의 국제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수출단가상승은 곧 시장점유율 하락등 수출물량 감소,그리고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 70년대의 석유위기를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해결하고 85년의 엔고위기를 기업의 합리화노력및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통해 훌륭히 극복해내는등 위기때마다 뛰어난 대응능력을 발휘해 왔다.
따라서 이번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엔고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국적으로 새로운 엔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의 무역흑자가 지속되는한 엔화의 절상압력은 계속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등 세계각국은 이번 엔고를 계기로 경기회복에 다소 도움을
받을것이다. 이미 경기순환주기상 경기침체국면을 탈피하고 회복국면에
진입하려는 전환점에 있는 이들 국가로서는 이번 엔고현상이 그들 국가의
수출경기호전으로 연결됨으로써 경기회복시기를 다소나마 앞당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경제 역시 그간 부진하였던 수출증대를 이룩할수 있는 호기를
맞게된다. 우리와 일본경제는 수출산업구조면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부문이 많다. 즉 엔고로 인해 타격을 받게될 일본의
수출주도산업들,다시 말해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부품들은 곧 우리의
수출주도산업들이기도 하다. 결국 이들 산업에 있어서 우리는 반사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실제로 금년 1.4분기중 우리의 자동차수출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97.4%나 증가하였다. 물론 이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겠으나 엔고에 따른 상대적 가격경쟁력
증대도 무시할수 없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엔고현상에는 이러한 긍정적 영향뿐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있는것이
사실이다. 이는 주로 기계류 부품등에 있어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우리 산업구조에 기인한다. 즉 엔고로 인해 수출은 증가하겠지만 이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기계 부품류의 수입대금이
증가하여 제조원가는 상승할것이다. 이는 국내물가상승으로도
연결됨으로써 결국은 엔고에 따른 수출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어느정도
상쇄시키게 된다.

또한 엔고로 인해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해진다 하더라도 이같은
긍정적 효과를 우리만이 향수한다고 할수는 없다. 현재 세계시장에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경쟁국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국가들과 같은 후발개도국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일본기업들은 동남아등 지역에 우회수출을
위한 생산거점을 확보해 놓고있기 때문에 엔고로 인해 일본으로부터의
수출이 감소한다 하더라도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제품수출이 증가할 수있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 영향도 우리의 대응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우리수출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인 대일수입의존도를 해결하고 수출증진을
이룩할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만들수 있다.

우선 엔고로 인해 단기적으론 수입원가상승압력이 가중될수 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업계의 국산품대체노력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며 그동안
개발은 되었으나 가격이 불리하여 상품화가 지연되고 있던 수입대체품의
상품화도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또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동남아 저임금국가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다소 열세에 있다고는 하나
품질면에서는 우리가 앞서고 있으므로 우리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노력을
통해 품질상의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주요수출시장에서의 마케팅노력을
강화한다면 일본의 경쟁력약화로 발생할 세계시장의 공백부분을 우리가
상당부분 차지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의 엔고현상은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우리 경제회복의 돌파구로 이용할수 있느냐의 여부는 결국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업계로서는 부단한 자기혁신노력으로
원가절감,생산성 향상,품질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무엇보다 이 기회를
부품 소재 자본재의 국산대체를 위한 호기로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부로서도 이러한 기회를 기업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환율 임금
금리등이 경쟁국에 불리하지 않게 유도하며 업계의 국산대체노력이 실효를
거둘수 있도록 국산개발품 사용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