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가 29일 발표한 "은행장추천위원회"는 금융자율화의 핵심이라고
할수있는 은행장인사의 자율화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시중은행의 행장선임이 그동안 정부의 입김에 좌우돼
금융자율화를 진전시키기위해서는 행장선임의 자율성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새정부가 금융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요청되는 것이었다.

이런점에서 전임행장 주주대표 고객대표들을 고르게 참여시키는
은행장추천위원회를 마련한것은 행장선임때 정부의 간여는 물론 대기업등
대주주의 입김을 배제시킬수 있는 "대강의 틀"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자율화의 일보진전이라는 기대를 갖게한다.

문제는 틀이 짜여져있다고 해서 실질적인 운영면에서 자율성이 보장될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는 추천위원회라는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침해할수있는
많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가 행장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의 위원자격및 그들의 선임과정이다.
재무부발표대로라면 확대이사회에서 이들을 선임하되 은행감독원이
자격요건을 정하도록 되어있다.

추천위원은 전임행장 3명,주주대표4명(대주주와 소액주주
2명씩),고객대표2명(기업및 개인고객 1명씩)이다. 전임행장 3명은
재임역순을 원칙으로 하되 징계 면직등 부적격사유가 있는 사람은
제외키로해 쉽게 고를수있으나 주주대표와 고객대표를 선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은감원은 이들의 자격기준을 마련중인데 주주대표의 경우 대주주는
지분1%이상,소액주주는 1%미만으로 나눌 예정이다.

이중 대주주는 대체로 법인에서 그 법인의 차입의존도,자산운용의
건전성등을 고려할 방침이다.

예컨대 불건전금융거래전력을 가진 적.황색거래처는 제외된다.
소액주주는 불특정다수여서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 사람으로서 은행발전에
기여할수있는 인물로 한정할 계획이다.

또 고객대표는 일단 주주가 아닌 개인과 기업중 오랫동안 은행과
정상적으로거래한 대상으로 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은감원구상은 아직 확정되지않은데다 과연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해 최종확정까지는 다소 진통이 따를 것같다. 구체안을
만들고있는 은감원의 강중홍감독기획국장은 "추천위원의 자격에 대해
백가쟁명식 의견이 나오고있다"며 자격확정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합리적인 선임기준이 마련됐다고해도 문제다. 그기준에 해당되는
사람이나 기업이 적지않다. 그중에서 최적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정부와 대기업의 입김이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은행장선임에 정부와 재벌의 영향력을 배제시키겠다고
강조했으나 일말의 우려가 없지는 않다. 위원들이 자격여건에
부합되는지를 은감원이 따지기로했지만 물밑로비로 위원들이 결정된다면
제도적 장치마련의 의미는 퇴색될수밖에 없다.

추천위원들이 뽑을 행장후보의 자격도 논란이 많다. 이역시 은감원이
마련할 예정이나 은행임원경력을 필수조건으로 할지 안할지가 주목된다.

이날 금융산업발전심의회에서도 추천위원회선임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인준서울대교수는 공익대표참여의
필요성을,하성근연세대교수는 대주주 참여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고
강병호한양대교수는 이사회기능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이날 금융산업발전심의회에서는 추천위원회선임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인준서울대교수는 공익대표참여의
필요성을,하성근연세대교수는 대주주참여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고
강병호한양대교수는 이사회기능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재무부는 위원회가 구성되면 행장추천은 완전자율에 맡기겠다고 강조,틀은
자유화됐으나 실제 운영면에선 옛날과 다름없을것이라는 우려를 일단
불식시켰다. 김용요서울신탁은행전무도 "제도면에선 큰 발전이나 더
중요한것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은감원은 빠르면 다음주초 추천위원선정기준과 은행장자격기준등
세부지침을 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지침은 행장이 비어있는 제일
서울신탁 보람은행과 행장이 구속된 동화은행에 바로 적용된다.

이들은행이 생소하기 짝이없는 추천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행장을 뽑을지가
주목된다. 행장선임자율성이 뿌리를 내릴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