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FBI(연방수사국)이나 CIA(중앙정보부)에 관한 얘기를 나눌땐
어깨를 떤다. 으스스한 조직이란 표현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더 무섭게
여기는 조직은 따로 있다. 바로 IRS(국세청)이다. 미국 최대 갱조직의
대부였던 알 카포네. 그를 잡아 넣은 것도 FBI나 CIA가 아닌 IRS였다.

일본 국세국도 풍기는 이미지가 살벌하긴 마찬가지다. 일본 정계를
호령하던 가네마루 전자민당부총재를 하루아침에 "피고"로 전락시켰던 것도
검찰보다 국세국의 공이 컸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 기업들도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검찰 경찰등 일반수사기관이
아니다. 막강한 "세무조사"권한을 갖고 있는 국세청이다. 국세청 조직중
"조사"업무를 총괄하는 조사국장은 그래서 한때 우리나라 10대 실세중
하나로까지 불렸다.

서울청 조사2국. 1국에서 하는 기업법인세조사이외의 특별조사를
담당한다. 이름하여 "특조국"이다. 국세청 조사기능중 핵심중의
핵심이다. 명성 범양상선 탈세사건등 "특조국"이 나서면 기업들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했다.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는 만큼 비밀주의가 생명인 조사국 요원들은
기자만나기를 꺼린다. 만난다해도 입을 지퍼로 닫는 시늉을 한다. 지퍼로
꽉 닫았으니 말을 할수도,해줄말도 없다는 뜻이다.

조사요원들은 그동안 국세청에 어떤 사정바람이 불어도 꿋꿋했다.
탈세추방이라는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 만큼 엄격한 도덕률이
요구됐고 지금까지 이를 잘 지켜왔다. 국세청의 믿음이자 자랑이라고까지
불려왔다.

최근 국세청과 관련된 일련의 사정활동중 "파티마병원탈세"사건은
국세청의 이런 자긍심이 내부로부터 무너진 엄청난 충격이었다. 일선
세무서장이 직접 뇌물을 받고 세금을 줄여준것도 경악할만한 일인데
핵심요직인 서울청 "특조국"간부가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가 된 특조국 간부는 병원에서 돈을 줄때 두번씩이나 거절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돌려줄 요량으로 받은 돈을 아직 그대로
갖고있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면죄부가 될수 있을까.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 묻은 개가 x묻은개 탓하는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사국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