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사업은 기업에 있어 죄악이다"
이와타(암전)전임사장이 지난78년 밝혔던 경영지침은 15년이 지난 오늘도
도시바(동지)사의 경영원칙으로 자리잡고있다.

92년말현재 세계3위의 반도체메이커이자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종합전기전자업체인 도시바.

지난달초 도시바는 세계전자업계를 깜짝 놀라게했다. 도시바가
생산하고있는 1백여개 생산품목중 3분의1인 38개 사업분야를
전면재정비키로 했다고 발표한것.

경쟁력이 낮거나 장래성이 없어 회사발전에 짐이 되고있는 품목은 과감히
축소하거나 폐기,성장잠재력이 높은 사업부문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도시바를 비롯한 일본전자업체들이 장기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있지만
제조상품분야를 일시에 3분의1까지 재정비키로 한것은 업계에 전례가 없던
일이다.

계획이 발표된 사업재조정 대상부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회사측은 앞으로 2년이내 재조정작업을 완수할것을 거듭 천명했다.
회사발전을 위해 적자사업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 경영원칙이기 때문.

도시바는 지난 80년대 반도체부문에 집중 투자,급성장해왔으나 90년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익은 지난90년 1천2백50억엔으로 최고수준을 기록한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91년 1천억엔에서 지난해에는 5백억엔으로 1백%이상
줄어들었다.

회사이익이 3년연속 감소한것은 1875년 창립이후 처음있는 일.

이러한 수익악화는 80년대의 과다한 설비투자로 고정비용이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도시바는 80년대초부터 회사의 장기발전 모델로 정보통신및 반도체중심의
"2본위체제"를 설정,두분야에 집중투자했었다.

82년부터 88년간의 7년동안에는 총설비투자액의 70%이상을 반도체사업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80년대초 NEC(일본전기)와 히타치(일입)에 크게 처져있던
도시바는 90년대들어 히타치를 제치고 세계2위의 반도체메이커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NEC와도 대등해졌다.

그러나 90년이후 반도체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의 대규모 인원채용,대형설비투자,인건비및 감가상각비증가로
영업이익이 급속히 악화된것이다.

특히 반도체부문에서 ROI(투자자본이익률)는 80년대 16.4%에서 92년에는
2%까지 떨어졌다.

도시바가 90년대 들어 세계적 경쟁기업들과 국경을 넘어서는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하고있는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반도체등 첨단제품에서 경쟁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비용및
투자리스크부담도 줄이고 시장지배력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속셈.

전략적제휴는 또한 아오이 조이치(청정서)전임사장이 지난87년 밝힌
도시바의 3G전략의 하나인 세계화를 위한것 이기도 하다.

3G전략은 성장화(Grow)세계화(Global)그룹화(Group)의 두문자에서 따온것.

"기업이 커지면 세계와의 관계도 그만큼 깊어진다. 해외산업을 확대하고
국제사회발전에 기여하려면 회사의 경영이념도 바뀌어야한다"
아오이사장은 도시바가 세계기업이 되기위해서는 현지화및 제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들어 도시바의 전략적 제휴는 더욱 활발해지고있다.

도시바의 전략적제휴 움직임은 세계업계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세계적 기업들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경쟁에서 벗어나 공존공영전략을
채택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바가 91년이후 체결한 대규모의 전략적 제휴만도 10여건을 넘어선다.

91년10월 세계최대의 영상출판사인 타임워너사와의 자본및 업무제휴를
비롯 IBM및 애플등과도 다방면에 걸쳐 잇따라 제휴관계를 맺고있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유럽최대 통신회사인 에릭슨과 이동통신분야에서
업무제휴를 체결했으며 미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와는
HD(고화질)TV개발제휴에 합의했다.

특히 세계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휴는 IBM 지멘스등 3사간에 체결된
차차세대인 2백56메가D램의 공동개발. 2백56메가D램은 오는2000년대
반도체시장의 주력상품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등 3사가 10억달러이상을 투자,2백56메가D램의 공동개발에 나선것은
미래 반도체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야심에서다.

글로벌화를 지향하고있는 도시바는 앞으로도 세계적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더욱 확대해 나갈것이 분명하다.

전략적 제휴는 과다설비투자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바에
비용부담에서 해방시킬뿐 아니라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꼭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인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