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됐지요? 가도 되지요?"
마쓰코가 마상의 순라군을 쳐다보며 묻는다. 그러자 그 순라군은 얼른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고서, "아직 안돼. 무슨 볼일로 왔어? 이모집에."
하고 다시 짓궂게 질문이다.

그러자 마쓰코가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내뱉듯이 말한다.

"사사로운 집안의 볼일까지 일일이 알아야 되나요?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아요?" "어떤 집안인데?" "놀라지 말라구요. 이이나오스케
대감님이 우리 어머니의 오촌 아저씨 되신단 말이에요. 알겠어요?"
"오,그래요?"
순라군의 표정이 대번에 달라진다. 약간 당황하는 기색까지 떠올리며,
"그럼 진작 그렇게 말 안하고요. 어서 가세요. 구경 잘해요" 하고
말한다. 말씨까지 경어로 바뀌고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아래인 두
사람에게 마상에서 고개를 꾸뻑 숙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지사에몬과 마쓰코는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으면서도
재미있고 통쾌하기까지 해서 걷는 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오빠,이이나오스케가 과연 쎄기는 쎄지요?그 이름을 들먹이니까 대번에
꼼짝을 못하잖아요" "글쎄 말이야. 그런데 마쓰코,이제 보니까 보통내기가
아닌데.마쓰코 아니었더라면 큰일날 뻔했어. 난 어디서 온 놈이냐고
물었을때 아찔했다구. 이제 끝장이구나 싶더라니까" "나도 오빠 입에서
정직하게 사쓰마에서 왔다는 말이 나올까봐 아찔하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나섰던 거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얼른 희한한 답변이 생각났지?"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니까요" "깜찍하다구.
놀랬어. 난 아직 마쓰코가 철도 덜 든줄 알았는데 말이야" "오빠,이래
봬도 나 열여섯 살이라구요. 곧 설 쇠면 열일곱이구요. 만만히 보지
말아요" "정말이야. 만만히 봤다가는 뺨 맞겠어" "하하하. 오빠 뺨은 안
때릴테니까 걱정 말아요. 그런데 오빠,오빠하고 나하고 이제 이종사촌이
돼버렸잖아요" "맞어. 고향은 히코네번이고. 허허허." "아이 재미있어.
호호호."
두 사람은 마냥 기분이 좋아서 에도 중심가의 구경이 한결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