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모 동화은행장의 비자금 중 14억여원이 정치권에 건네졌다는 자백
받고도, 검찰이 열흘 이상 전혀 수표추적조사 등 정밀 자금추적을 전
혀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축소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감독원 당국자는 "지금까지 안 행장의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수표추적 의뢰를 받은 적도 없고, 검찰에 파견나가 있는 감독원직원들이
동화은행 사건과 관련해 자금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간단한 예금계좌추적 정도면 모르겠으나, 복잡한 경로를
거친 정치자금 수수사건의 경우 은행감독원 수표추적 전문요원의 도움없이
검찰이 자체적으로 돈흐름을 추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이날 현재까지 검찰이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독자적으로
수표추적을 실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은행감독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대학입시부정 사건수사와 군인
사 비리사건 수사에 자금추적 전문요원을 수사당국에 파견해 자금흐름을
정밀 추적해 수사를 크게 진전시키도록 지원해왔다.
또 `파친코대부'' 정덕진씨를 검거한 서울지검의 경우 정씨를 검거하기전
인 지난달 22일 이미 정씨의 거래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해 예금계좌
3백개를 확보하는등 자금흐름파악에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으로부터 검거 첫날인 지난달 21일
정치권 인사들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자백을 받고도 14일이 지나도록
자금추적에 필요한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수사당국이 정치권 유입자금 추적조사에 소극적인데 대해 정치
권과 금융계에서는 "이번에 이름이 드러난 이아무개 의원이나 이아무개
전 장관 등이 6공의 정치자금을 다룬 실세들인 만큼 수사를 본격화할 경
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