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미니라는 자동차가 있다. 영국의 국민차다. 1956년 수에즈전쟁
때 석유수송이 힘들자 에너지를 적게 쓰는 차로 개발된 것이다.
6백50~8백50cc 짜리로 우리의 프라이드보다 훨씬 작다. 세계 최초의
전륜구동차다. 고풍스런 디자인으로 앙증맞은 스타일인데 매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만들어 낸다.

덩치 큰 영국인들이 조그만 미니에 앉아 있는 모습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 여러나라는 저마다 작은 국민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가 유럽 여러나라의 자동차보다 큰 편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너무 멋없이 크다. 자동차의 크기가 곧 신분의
상징이 되었다. 중소기업하는 사람들도 업계에서의 신용을 허장하기
위해서 그랜저를 타고,대학교수들까지 체면 때문이라며 포텐샤를
타고,요즘은 부인네들까지 로얄 수퍼 살롱을 타고 다닌다.

그래야 남보다 한 단계 위에서 논다는 증명이 된다는 것이다. 음식점이나
호텔 주차장에 가면 대접이 다르고 교통순경마저 공손히 대해 준다.
대형차가 곧 신분상승의 징표가 되었다.

내가 아는 국장은 다 낡은 포니를 고집스레 계속 몰고 다니다가 과장
계장까지 소나타를 타고 다니게 되자 할 수 없이 소나타로 바꾸었다.

왜들 이러는가.

소형 아파트촌 앞 주차장에도 대형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이제
집은 없어도 자동차부터 사는 기동성사회가 되었지만 고작 십여평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동차만은 번듯하고 큰 것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과소비는 이미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87년 국산 자동차
판매상황을 보면 소형차(1천5백cc이하)가 70%였는데 작년에는 60%로 줄었다.
자동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다. 도로나 주차장 스페이스도
부족하다. 모든 자원을 아껴야 한다. 자동차의 크기도 작아져야 되지
않을까. 이같은 자동차 과소비는 자동차문화가 아직 정착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