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10일. 동경시내 한 복판에 자리잡은 일본제2위의 철강 업체인
NKK본부 건물. 넓직한 강당에 모인 수십명의 이회사 직원들은
미요시준기치(삼호준길)사장이 발표하는 "중기(93~95년)경영계획"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결코 좋은 내용만을 담은 것은 아닙니다"라는 말과 함께 미요시사장의
연설이 시작되자 강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영악화 타개책으로
감원을 발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요시사장은 그러나 앞으로 수년간 회사경영을 라이트사이징(Right
Sizing)원칙에 따라 꾸려가겠다는 간단한 말로 연설을 대신했다.

다소 생소한 "라이트사이징"이란 어휘로 강당에는 동요의 기색이 역력했다.

NKK가 추진할 라이트 사이징이란 한마디로 "잘되는 사업은 확대하고
안되는 사업은 잘라내겠다"는 경영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라이트
사이징전략은 경영악화를 타개키위해 일부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다운사이징(Down Sizing)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NKK가 마련한 중기경영전략의 내용은 라이트 사이징의 전형을 보여준다.

NKK는 그룹 산하 각 사업분야 영업실적을 매년 평가,성장성이 엿보이거나
뛰어난 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에는 거의 왁벽한 경영자율권을 보장할 방침이다.
물론 이때 충원되는 인원및 자금은 모두 경영실적이 기준에 미달한
분야에서 차출 조달된다.

반면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한 계열회사는 본사가 집접 관리한다. 본사가
관리해서도 개선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NKK는 대상회사를 과감히
은행에 파산 보호신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NKK가 계열회사 경영실적을 판단하는 기준은 철저히 수익중심이다.
아무리 매출액이 많더라도 수익률(감가상각및 이익의 합계가 총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시장금리에 미치지 못하면 직접관리및 해체의 대상이
된다.

NKK가 일본 전형의 "매출액 지상주의"에서 탈피,미국형"수익 지상주의"를
선언한 것이다.

NKK는 이미 이같은 원칙에 입각,기업구조 재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NKK는 지난3월말 자기부품과 토목기계를 생산하는 두 업체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두 업체는 매출액 면에서는 수백억엔을 초과하는
우량기업이었다. 다만 수익률이 터무니없이 낮았기에 NKK는 자기살을 깎는
아픔을 감수하며 칼을 들이댄 것이다.

NKK는 또 현재 사업규모가 비대한 것으로 판정된 철강관련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NKK는 철강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종업원
3천2백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철강사업 종업원의 18%에
해당한다. NKK는 해고대상 종업원을 가능한한 사업실적이 좋은분야의
기업으로 재배치할 방침이다.

철강관련 사업에 대한 설비투자규모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NKK는 앞으로 3년간 철강사업 설비투자규모를 감가상각 범위내로 한정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오는 95년까지 잡고있는 철강산업 투자는 지난3년간
투자금액보다 40%나 적은 2천6백억엔에 그치고있다.

설비투자 분야도 CAD(컴퓨터지원설계) 관리분야의 컴퓨터화등
사무자동화분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무리한 사업확장을 자제하겠다는
구상이다.

NKK는 한편으로 수익률이 뛰어난 계열사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 중이다.
라이트 사이징의 또다른 면이다.

현재 수익률이 적정수준에 도달했거나 그 이상으로 판단된 사업분야는
그룹내 6개 사업분야중 종합엔지니어링 도시개발 전자 철강일부등 4개
부문. 이들분야 해당 기업은 자금의 운용 투자계획등 경영전반에 걸쳐
독립성을 보장받게 된다. 인원및 자금도 지원받게 된다.

이에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곧 발표될 예정이다.

NKK가 중기경영계획에서 이같이 라이트사이징을 강조하고 나온 것은
그룹전체 경영을 완전히 뒤바꾸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였다. 이는 또한
지난해 경영실적이 최악으로 빠져들었던데에 대한 위기의식의 표현이기도
했다.

92회계연도(92.4~93.3)중 NKK의 매출액은 전년도보다 3%가 줄어든
1조2천8백억엔에 그쳤다. 이기간 경상이익은 50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86%나 급감했다. 그간 지나친 기업규모 확대와 경제의 붕괴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였다.

라이트사이징의 궁극적인 목표를 3년안에 주당 수익률을 액면가의
10%선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4백억엔의 경상이익
실현이 요구된다. NKK는 라이트사이징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96회계연도중 경상이익은 5백억엔대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철저한 수익중심의 재무관리제도와 성장부문에 대한 집중투자로 요약되는
NKK의 라이트 사이징 전략은 위기에 처한 NKK에 재성장의 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