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5개년계획"은 나오는가,나오지 않는가.

현재 마련중인 신경제5개년계획과 관련,갖게되는 조그마한 의문중의
하나다.

박정희최고회의의장 시절인 62년 시작된 "경제개발5개년계획"은
전두환정권때인 5차(82~86년)부터 그 이름이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으로
바뀌어지기는 했으나 끊어짐없이 계속돼 가장 중요한 국가장기계획으로
자리해왔다.

올해가 2차연도인 7차5개년계획은 지난91년 한햇동안 정부 학계 기업인등
관계전문가들이 여러차례 정책협의회를 갖고 마련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연유가 있는 까닭에 7차까지 이어져온
5개년계획,신경제5개년계획과 기간이 다른 "구경제5개년계획"에 애착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이 시점에서 신경제5개년계획을 마련하려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5년임기의 새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펼쳐나갈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5개년계획과 대통령임기가 상충되는 여건이므로 기존의 "계획"에
관계없이 자신의 재임기간에 맞춰 "신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렇다면 신경제5개년계획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마련돼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은 현시점에서 5개년계획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는데서
찾아야한다.

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때의 계획과 7차5개년계획 또는
신경제5개년계획에서의 계획은 우선 그 의미가 다르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자는 동원가능한 자원을 언제 어디에 투입해 무엇을 하겠다는
형식으로 돼있어 글자그대로 "계획"의 의미가 강한반면 후자는 일종의
리정표나 등대와 유사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경제규모가 커져 정부주도의 계획과 통제가 한계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경제전문가중에는 정부의 장기계획 그 자체에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않는 이들도 적지않다. 숫자화된 목표가 경제운용에
부담만 주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게된다고 주장,5개년계획은
세우지않는것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결코 없지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역시 5개년계획은 세워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다.

70,80년대에 걸쳐 5개년계획수립을 주도했던 한 전직 고위당국자로부터
"나는 만들어진 5개년계획책자를 한번도 펴본 적이 없지만 5개년계획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

성안과정에서 정책당국자 기업인 학자 노동운동가등 다양한 사람들이
토론을 벌일수 있기 때문에 5개년계획은 만들만한 가치가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정책방향과 그 추진속도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이
정부의 생각을 알 수 있고,정부관계자가 민간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할수
있게 되기 때문에 5개년계획은 계획 그 자체보다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다는 얘기였다.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운용이 확고한 선진국중에서도 프랑스등이
장기계획을 마련하는것 역시 바로 그래서라는 설명이었다.

정부당국자들이 5차계획때부터 프랑스식의 유도(indicative)계획형식으로
5개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 마련중인 신경제5개년계획에는 재계의 의견이 거의 수렴되지
않고 있다는게 대기업그룹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때를 같이한 사정바람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않고 움츠려있으면서도 <>대기업그룹 대주주소유
지분축소 <>상호지보한도축소 <>은행의 대기업그룹 주식보유확대등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주요현안에 대해 "말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이들 문제에대한 재계의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러나 토론의 기회가 없이 신경제5개년계획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구5개년계획도 그렇게는 만들지 않았다.

새시대에 걸맞게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신경제계획이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