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몰리에르가 어느날 문인과 철학자인 벗들과 더불어 만찬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술에 취하자 철학과 인생을 논했다. 그런데 그들의 화제는 마침내
죽음을 찬미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이 귀찮은 세상,사는 것보다 차라리
깨끗이 센강에 몸을 던져 죽는 것이 얼마나 시적인가!" 모든 참석자들이
"와"하고 함성을 질렀다. 그때 누군가가 외쳐댔다. "자,그럼 우리 모두
센강으로 가서 일제히 투신자살하기로 합시다" 그들은 그 제의를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센강으로 달려갈 태세였다.

몰리에르는 당황한 나머지 손뼉을 쳐 주의를 환기시킨뒤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숭고한 일을 우리끼리만 해치워버린다면 후세에 남길 증거가 없지
않소. 날이 밝은뒤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강에 뛰어들기로 하고
술이나 마십시다" 그들은 그것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튿날 술이
깨자 엊저녁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술은 그만큼 인간을 감성의 노예로 돌변시킨다. 술에 지나치게 취하게
되면 이성이 감성의 늪에 함몰되어 불행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술이 부정적인 면만을 가진것은 아니다.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가진것이 술이다. 많이 마시면 독이 되고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된다. 프랑스의 미학자 바슐라르가 술을 상극인 물과 불의 혼합물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한것도 이때문이다.

술을 알맞게 마시는 경우의 이점은 적은것이 아니다. 절망에 빠져 있을때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덜어주는가하면 건강과
장수에도 보약이 되고 이웃이나 친지와 함께 인정과 즐거움,슬픔과
괴로움을 나눌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한편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되는 경우 해악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의 패가망신은 물론 사회나 국가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조선조 실학자 정약용이 한국인의 무분별한 주벽을 보고 "술을
마시는 민족은 망한다"고 개탄한것을 보면 당시의 음주풍조가 어떠했던가를
짐작케 된다.

엘지애드가 최근 조사한바로는 성인남자의 80%가 한주일에 한번이상 술을
마시고 있다. 아직도 전통적 음주대국의 탈을 벗어버리지 못한 것일까.
불합리와 일탈투성이인 사회여건이 가져다준 스트레스의 소산일까.
착잡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