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걷히지 않은 안개가 강바람에 일렁이고,이제 막 깨어난듯한 새들이
재잘대는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 양정17회 조기축구회원들은 흠뻑 젖은
가슴들을 부딪치며 공을 쫓는 상쾌함에 온 몸을 던져댄다.

불룩해진 배,조금씩 돋아나기 시작한 흰머리 같아서는 10분만 뛰어도
파김치가 될것 같은데 도무지 지칠줄 모르고 이리뛰고 저리 뛰면서
학창시절의 젊음을 재현하는 것이다.

살기 바빠 얼굴 한번 대하기 힘들었던 동문들이 하나 둘씩 모여
조기축구회를 결성하게 된것이 87년 4월이었으니 벌써 6년이 되었다. 결성
초기 회원들의 체력은 꼭 10분이었다. 이편에서 저편으로 한번 뛰고
난후에 가뿐 숨과 노란 하늘로 시달려야 했다. 마음은 새털처럼
날아다니건만 발걸음은 중년이라는 멍에로 천근 만근 무거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원들이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어김없이
한강고수부지 축구장에 모일수 있게된 것은 거칠게 물아쉬는 동문들의
숨소리에서 티없이 순수한 정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거르지 않고 차고 뛰고 한 덕분에 지금은 전 후반 90분을 뛰어도
파란 하늘을 만끽할수 있을만큼 체력들이 좋아졌다. 봄 가을에 열리는
양정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우리 17회가 곧잘 우승할수 있었던 것은 이
조기축구회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우승컵이 자꾸 후배기수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들도 조금씩은 점잖아져 가는게 아닌가 싶다.

우렁찬 목소리로 공격진을 독려하는 수문장
송유호(종로영창피아노대표),군인정신을 발휘하여 전방과 후방을 넘나드는
박성근(육군대령),프로선수에 버금가는 현란한 발기술을 자랑하는
이형식(개인사업),그리고 허준(개인사업) 유승철(신기금속대표)
이종학(공무원) 심홍규(한양제화대표) 김승업(예술의전당 업무부장)
양명철(동부상호신용금고 테니스감독) 이평재(한국마케팅전략연구원 원장)
김인화(한미연합사 서기관) 안찬근(교통부 서기관) 김재승(건일건축 소장)
김종웅(프랑소와즈가구 대표)등이 자랑스런 우리 모임의 회원들이다.

회원들의 머리가 온통 파뿌리가 될때까지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