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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비망록] (15) 유기정 중소기업중앙회 명예회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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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회회장 취임초부터 나는 중지를 모으기 위해 업계의 원로들,조합
    이사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늦도록 토의를 거듭하는 한편 백영훈 오상락
    어윤배 황일청 곽수일박사등 학계의 저명인사들을 초빙하여 중소기업의
    살길을 찾으려 골몰하였다.

    그 무렵 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운동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독의
    전국수공업연맹 회장인 쉬니커(Schniker)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나는 독일 경제발전에 담겨 있는 사상의 근원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잘 배울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협동화 공동화,그리고
    자립화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은 자본주의 체제의 중추적 기능이며
    생명력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 경제에 이러한 근본이념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나라는 결코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았으며 지금도 그의 철학을 믿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올바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총인구의 5%이상에
    해당되는 수의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업수는 80년대초
    2차,3차산업의 대소기업을 모두 합하여도 80만개를 조금 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인구 4천만의 겨우 2%정도에 불과했다.

    건전한 국가경제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려면 건전한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이념과 신념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많은 토의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중소기업인의 3대 이념을 설정하게
    되었다. 즉 1협동화 2현대화 3국제화이다.

    협동화는 중소기업은 그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개개의 힘이 약하므로
    가능한 모든 면에서 서로 협동.협력하자는 것이며 시설활용이나 구매와
    판매 기술 정보 경영 등의 모든 면에서 서로 협동.협력하자는 것이고
    협동조합이 설립된 취지도 바로 이 협동화에 있는 것이다.

    현대화는 비록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항상 남보다 앞서가는 사고로 기술
    시설. 경영 등에서 새롭고 현대적인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근대화도
    비슷한 뜻이지만 특히 중국에서는 근대화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근대사에 있어서 중국은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세계의
    열강으로부터 침략을 당했던 뼈 아픈 역사를 잊을 수가 없어서 기피한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국제화는 중소기업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나 국내시장만 겨냥할것이
    아니라 넓은 국제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그 기동성으로 말미암아 소량 다품종 생산에 알맞다.
    또한 단일 품목으로 그 품질만 우수하다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도 있다.
    일본에는 시계 바늘 하나로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하고 볼펜촉 하나로 세계
    수요의 60%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YKK는 지퍼를 만드는
    소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그 단일품목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대기업으로 발전했다. 이 회사는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인력으로
    의류산업의 붐을 일으키려는 중국에 공급하기 위하여 대판 근처에 큰
    지퍼공장을 건설한 것으로 안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도 지구촌시대에 발을
    맞추어 예민한 국제적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이상의 3대 이념을 좀더 효과적으로 고취시키기 위하여 중소기업의 노래를
    만들고 보급시키기로 하였다. 전문가에게 가사를 위촉하기 보다는 널리
    공모하여 세상사람들에게 중소기업육성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참여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막상 공모를 해놓고
    심사를 해봤으나 마땅한 당선작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짜낸 끝에 지금의 가사를 만들었다. 그것을 작곡가
    김희조씨에게 의뢰하여 중소기업의 노래가 제정된 것이다. 이 가사와 곡이
    좋다하여 몇몇 회사에서는 자기 사명을 넣어 사가로 부르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3대 이념의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그러나 진리는 항상 평범함 속에
    있는 법. 나는 명확한 목표를 내세워서 실천하는 것이 중소기업육성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중소기업인의
    자조의식이다. 농사로 말하자면 우리는 소작인이 아니라 소농이다.
    작으나마 기업주이고 산업의 역군이다. 이러한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자조의식을 고취시키고 3대이념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육성에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주요도시를 순방하면서 기관장에게 중소기업육성에
    대한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중소기업인들을 격려하며 그들의 의견이나
    애로사항을 수렴하여 중앙요로에 건의하기도 하고 또한 중앙회와 각
    협동조합의 서식을 통일하는등 업무개선에 힘쓰기도 하였다. 또한
    언론기관과 각종 지원기관을 순방하면서 중소기업육성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어느날 조선일보사를 방문했을 때 당시 논설위원으로 있던 김성두씨와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김성두씨는 말하기를 "유회장,중소기업중앙회회장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좋은 방안이 있으면 가르쳐주십시오"했더니 "중소기업육성이라는 지방을
    써붙이고 곡을 잘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각계층을 순방하면서 나는 모두가 중소기업육성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울고 웃고 외치며 때로는 물고 늘어져야 되겠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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