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나리아키로부터 육혈포를 통한 무언의 거사 지시를 받은
세키데쓰노스케는 이튿날 곧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뜻을 같이하는 지사인
기무라곤노에몬(목촌권지 문)을 자기 집으로 불러서 의논을 했다.

밤이었다. 세키는 기무라 앞에 먼저 그 상자를 말없이 열어 보였다.

"이게 뭐지?" "뭔지 꺼내 보라구"
상자안에서 종이에 싸인 것을 꺼내어 펼쳐본 기무라는, "아니,이거 육혈포
아니야?"
그만 눈이 휘둥그래진다.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세키와 육혈포를
멀뚱멀뚱 번갈아 본다.

육혈포는 무척 희귀한 물건이었다. 아무나 만저볼수 있는 무기가
아닌데,그런 것이 세키에게 있다니 놀랍고 신기하기도 해서 기무라는,
"이게 웬 거지?" 하고 묻는다.

"선물로 받은 거라구" "누구한테서?" "다이묘 도노한테서지" "뭐? 다이묘
도노한테서? 정말인가?" "정말이라구" "언제?" "어제 세배를 드리러
찾아갔더니,글쎄 이걸 선물로 주시잖아" "호-" "왜 이걸 다이묘 도노께서
나한테 선물로 주셨는지 알겠어?" "글쎄." "육혈포는 뭘 하는 거지?" "뭘
하다니,뻔하잖아. 사람을 쏘는 무기지 뭐"
그따위 유치한 질문을 다 하느냐는 듯이 기무라는 히죽 웃는다.

"그렇지. 사람을 쏘는 무기지. 그러니까 다이묘 도노께서 나한테 이
육혈포를 선물로 주셨을때는 누군가를 쏘라는 뜻이 아니겠어? 안그래?"
"흠-" "이건 탄환이란 말이야"
종이로 똘똘 싼 뭉치를 상자 안에서 집어내어 펼쳐 보이면서 세키는 말을
잇느다.

"이렇게 탄환까지 같이 선물을 했을때는 틀림없이 쏘라는 뜻이라구.
누구를 쏘라는 것이겠어? 우리 다이묘 도노께서 지금 죽이고 싶은 사람이
누구지?" "아하-"
알겠다는 듯이 기무라는 대고 고개를 끄덕인다.

기무라도 세키가 지난해 가을에 에도에서 온 다카하시다이치라와 함께
다이묘를 찾아가 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던 그 사실을 세키로부터 들어서
잘알고 있는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