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발전심의회는 지난 10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및
업무영역조정,감독체계정비등의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금융제도개편연구 2차보고서"를 심의했다. 국내금융시장의 자율화가
금융시장개방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생각할때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이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금융기관의 소유제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눈에 띈다.
현재 시중은행의 경우 8%,지방은행은 15%로 규제되어 있는 은행주식의
보유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고 대주주의 경우 주식취득을
신고하거나 허가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증권 보험 등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도 동일인 소유상한을 정하고 대주주지분을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현재 대기업집단의 금융기관 지분소유가 상당히 크다는 현실과
경제력집중완화가 경제정책의 주요목표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할때
소유제한을 강화하자는 생각이 전혀 뜻밖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에도 주인이 있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점을 생각할때 이러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은 뜻밖이다.

그렇다면 금융기관경영의 책임은 누가어떻게 질것이며 경영효율향상은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금융기관사이의 상호소유확대및 금융지주회사
설립등을 허용하고 은행장을 추천위원회에서 뽑는 방안이 해답이라고 할수
있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을 국민기업화하고 경영자가 경영책임을 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이 지난10일 추천위위원의 승인권및 은행장재선임
요구권을 은행감독원장이 갖는다는 내용의 "은행장선임에 관한 지침"을
확정 시행한 사실을 생각할때 금융기관의 경영책임은 결국 정부에 돌아가게
된다. 이같은 체제가 반드시 금융기관경영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고
할수는 없지만 자칫하면 관치금융이라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수
있으므로 운영의 묘를 살릴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점은 예금자보호제도를 정부주도로 할것이냐- 민간주도로 할것이냐는
문제및 금융기관의 감독권을 재무부가 장악하느냐- 아니면 중앙은행에
귀속시키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금융시장이 은행중심이냐,아니면 미국처럼 자본시장주도로 갈것이냐는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를 없애되 완전한 겸업주의를
채택하는 대신 자회사를 통한 상호진출을 허용하고 다른부문의
핵심업무진출을 제한하는 절충방식을 채택한 것이 주목된다. 겸업주의와
전업주의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어느쪽이 더 바람직한가 라는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어느쪽이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및
위험분산에 더 유리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규모및 범위의
경제와 다각화 을 강조하는 겸업주의를 선호하는 입장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물가 외환 자본이동등 많은 경제분야가 안정 또는
개방되지 못한 경제에서는 금융시장구조를 결정할때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이라는 미시적인 관점 못지 않게 어느쪽이 거시경제적으로 유리하냐를
고려해야 한다. 즉 미국처럼 금융산업의 독립적인 역할을 강조할
것이냐,아니면 독일이나 일본처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데 비중을 둘
것이냐는 점도 중요하다. 물론 금융혁신과 금융산업의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금융산업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나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한 우리 처지에서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이때문에 상호진출이 허용되지 않는 핵심사업이 뚜렷하지
못한것등 다소 어정쩡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본격적인 자유화와 구조조정에
필요한 과도기를 인정한다는 점으로 시안을 이해할수도 있다.

또한 금융시장에서의 신규진입과 퇴출을 허용하여 대형화 전문화를
촉진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되 당분간은 기존 금융기관의 전환을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의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금융기관의 소유제한은 강화하되
업무규제는 완화하여 효율적인 경영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경영에는 업무규제완화 못지않게 책임경영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중요하며
이점에서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제도개편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에 못지 않게 언제 하느냐는 점도 중요한 문제인데 이에
대한 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고 생각된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때 이번 보고서는 오랫동안 산만하게 진행되어온
금융산업발전방안을 요약정리하고 발전방향과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으나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도출및 대안마련에는 미흡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