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부터 시작된 신경제1백일계획이 11일로 시행50일째를 맞았다.

정부는 이날 경제기획원에서 제2차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를 연데 이어
오는14일 청와대에서 1백일계획중간점검 회의를 갖기로 했다. 당초
신경제개혁및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제시했던 1백일계획의 성과를
따져보고 7월부터 시작되는 5개년계획의 준비를 다져보자는 취지에서다.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의 말을 빌리면 1백일계획의 주된 목표가 개혁에
앞서 우선 쓰러져가는 경기를 살려놓고 보자는데 있는만큼 1백일계획의
평가도 경기에 초점을 맞추는게 순서일것 같다. 이에대한 정부의
자체평가는 효과가 있다는 것. 아직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게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의 호조는 일단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올들어
4월말까지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7.2%나 늘었다든지,1.4분기중
건축허가면적이 31.3% 증가한것등이 그런 평가의 근거들이다.

경제기획원은 이같은 "호전의 조짐"들을 1백일계획의 성과로 꼽고있다.
이경식부총리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낙관적인 기대를 하는데는 무엇보다도 사회전반에 걸쳐
"일하는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데 있다. 다시말해 기업과 국민들이
정부의 고통분담노력에 호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1백일계획이
진행중인 지난 50일간 우리경제는 노사양측이 사상최초로 임금인상단일안에
합의한 것을 비롯 <>제품가격의 인하및 동결<>임금동결및 억제<>하도급대금
지급기일단축등 기록될만한 사례가 많이 일어났다.

이같은 노력으로 인해 고임금-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기 시작했다는게 기획원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사정활동도 부분적이나마 기업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기획원의 오종남동향분석과장은
"매출은 줄었는데도 준조세등 불필요한 비용지출이 감소해 수익은
나아졌다는 기업들이 많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낙관적인 자체평가가 실제 기업들이 느끼는 "감각"과 큰
차이를 보이는게 문제다. 수출이 늘고는 있으나 그건 경쟁력이
높아져서라기보다 "엔고"덕택이며 그나마 자동차 철강등 일부 업종에
국한됐을 뿐이라는게 경제계의 평가다. 특히 섬유 신발등 노동집약적
업종에선 "수출이 잘된다"는 말은 먼나라 이야기일뿐이다.

지금의 경기회복조짐이 과연 견실한 성장의 토대가 될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투자나 고용면에선 찬바람이 불고 있는것도 이를
반증한다. 1.4분기중 투자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가 여전히 3.3%나
감소한 데서도 1백일 계획의 효과는 "아직은"이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문제는 그러나 "아직은"에 있는게 아니다. 장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경기가 불투명할뿐 아니라 정부의 산업정책도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상공자원부 조사결과 기업들이
투자애로요인으로 불투명한 경기를 꼽은것은 그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특히 현재 성안중인 신경제5개년계획이 어떤 모습으로
얼굴을 내비치느냐는 점도 그렇고 그얼굴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수단)가 불분명하기 때문으로 볼수 있다. 사정한파의 영향탓인지
신경제를 이끌어갈 경제팀내에서조차 참여와 창의가 부족하다는 점도
신경제추진의 한계가 될수있다.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1백일계획으로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건 뻔하다. 부작용만을 남겨놓고 끝날
일시적 현상에 그칠 공산도 적지않다.

신경제1백일계획의 핵심은 역시 경제행정규제완화라고 할수있다. 1차로
6백70건의 규제가 풀린데 이어 11일에는 그동안 논란을 빚던 87건이 2차로
완화돼 총7백57건의 규제가 풀렸다.

경제행정규제완화가 노리는 경기활성화의 간접지원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있다고 보는게 옳다. 예컨대 상업용 건축허가규제완화등을 계기로
건설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반발이나 부처간 이해충돌로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퇴색된점도 없지않다. 영양사등 의무고용완화가 당초보다 상당히
후퇴한 점이라든지,융통어음을 은행에서도 취급토록했다가 취소한것,또
해외기술도입 사전신고제 폐지 방침이 백지화된것등은 정책의 혼선만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자금종목별로 10여개 지원 또는 지원강화책이 발표됐지만 기업의 뚜렷한
수요는 아직 없는것으로 보인다. 3월보다 4월수요액이 늘긴 했으나
1백일계획지원시책 덕택이라기 보다는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는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각종 자금지원책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기는것으로
확인되고있어 일단 경기가 회복국면에 본격진입하면 자금수요는 봇물을
이룰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3월에 감소를 보였던 상업어음할인과 무역금융은 4월들어
크게 늘어났다. 또 수출자금과 외화대출등도 본격적인 수요단계에
들어섰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유망중기시설자금(2천5백억원)은 지난해11월분이 아직 소진 안돼
미미한 편이다. 일반 시설자금으로 늘려놓은 5천7백억원도 생각보다
수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들에 총1조4천2백억원의 시설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구조개선사업은 신청접수를 시작한 지난1일부터 10일현재까지
접수창구가 붐빌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이에따라 총9천억원이 지원되는 시설자금의 경우 10일까지 총4백65개사
3천3백56억8천만원이 신청돼 이자금의 소진은 별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구조개선사업자금은 수혜를 받는 대상기업수가 2천여개에
불과할것으로 보여 전체중소기업에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수 없는게
현실이다.

특히 판로가 확보돼있고 자동화를 희망하는 대기업계열 중소업체들이외의
일반 중소업체들이 싼금리(연6%)의 이 자금을 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만큼 일반 중소기업들은 소외감과 불만을 갖기
쉽다"(상공자원부관계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