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가네코마고지로의 지휘하에 세키와 기무라는 거사에 가담할
지사들,다시 말하면 자객(자객)이 될 사람들을 비밀리에 조직해 나갔다.
그리고 이월로 들어서자 그들을 몇사람씩 조(조)로 나누어 차례차례 미도를
떠나 에도로 스며들어가도록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자기네 세사람도 미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말할것도 없이
에도로 잠행(잠행)한 것이었다.

자객은 도합 열일곱 사람이었다.

에도로 무사히 스며들어간 세키데쓰노스케는 지난해 가을에 자기를
찾아와서 함께 다이묘를 뵈오러가 거사에 관한 의논을 드렸던,번저에
근무하고 있는 다카하시다이치로를 만났다. 그도 이미 미도의 지사들이
거사를 하려고 에도로 스며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곧 세키가
온다는 연락도 받고 있었다.

다카하시는 세키를 반가이 맞았다. 자기 집에 데리고가 정주(정주)를
나누면서 거사에 관한 자세한 계획을 들었고,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주기가 혼혼하게 오르자 문득 지난해 가을의 일이 떠올라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저. 세키상,에도에 오셨으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한분 있을텐데요"
"예?"
세키는 그게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얼른 머리에 와닿지가 않는 모양이다.
혹시 이이나오스케를 두고 농담조로 하는 말이 아닌가 싶어서 술기운에
약간 번들거리는 눈으로 멀뚱멀뚱 다카하시를 바라본다.

"세키상한테 오빠라고 불렀던 사람이 있었잖아요. 옛날에." "아,예,난
무슨 얘기라구. 허허허." "만나보고 싶지 않으세요?" "왜요,만나보고
싶죠. 허허허."
세키는 좀 멋쩍은듯 자꾸 히들히들 웃는다.

"그럼 지금 가볼까요?" "집이 여기서 가까운가요?" "그다지 먼거리는
아니니까요. 밤이고 해서 안심이죠" "좋아요. 가봅시다"
술이란 묘한 것이어서 그 기운에 두사람은 당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뜻밖에 밤중에 다카하시가 누군지 낯선 사람을 데리고
찾아오자,시즈부인은 약간 당황했다. 그러나 애써 침착하게, "어서
오세요. 이방으로 들어오실까요" 하면서 현관 바로 곁에 있는 응접실로
안내하려 했다. 그러자 다카하시가, "구사가베이소지 도노의 영전에
참배부터 하는게 옳겠는데요" 하고 말했다.

"아,그래요?그럼 이방으로."
시즈부인은 두사람을 불단이 있는 방으로 안내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