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이번에는 영업실적도 괜찮았다면서요." 대형증권사인
D증권의 총무담당 김이사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얼른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주총이 22일 연다면서요."라는 말에 김이사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챘다. 매년 이맘때면 주총장에 단골로 나타나던 총회꾼중 한 사람이
다.
그런데 이 총회꾼은 항상 큰소리를 쳤던 예년의 당당했던 태도와는 달
리 올해는 목소리도 점잖고 소극적으로 바뀐게 특징.
"김이사는 총회꾼들이 올해는 사정한파가 거센탓인지 유난히 몸을 사
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예년같으면 벌써부터 증권사에 연락해 자기신
분을 드러내고 흥정을 걸어오기도 했으나 요즘엔 연락도 뜸하고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분위기 탐색에 그치는 정도라는 것.
각계각층에 사정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요즘 괜히 거들먹거리며 나서
는 것보다 "복지부동"의 자세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증권관계자들은 올해는 실적이 좋아졌지만 선물도 주지않고 큰손들의
큰소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주총장이 너무 쓸쓸한 분위기가 되지 않을
까 걱정아닌 걱정을 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