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삼탁(53) 병무청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명
으로 노 전대통령의 군인 시절부터 대통령 집권 말기까지 상당한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엄씨는 경북 달성 출신으로 노 전대통령과 동향인데다 70년대 노 전대
통령이 파월 연대장을 지낼 당시 부관을 맡으면서 매우 가까워져 김옥숙
씨로부터 `아무개 아빠''로 불릴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ROTC 3기 출신인 엄씨는 6공 이후 현역 준장으로 안기부에 파견돼 국방
담당 보좌관을 맡았으며 소장승진 뒤 수개월간 국군체육부대장을 맡았다
가 예편해 90년초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됐다.
엄씨가 폭력배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계기는 분명치 않으나 정치깡패
들이 온존하고 있던 6공 초기 안기부에 재직하면서 이들을 관리해야 할
업무상의 필요성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수사기관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엄씨를 둘러싸고 <>호청련의 이승완씨와 매우 가까운 사이로 조
직폭력배 양성화 차원에서 88년 호청련 결성을 지원했다든가 <>서방파 김
태촌씨가 회개하고 기독교에 열중한 것처럼 위장하면서 조직폭력배 활동
을 재개하려 할 때 이를 제재하려 했다가 김씨 쪽에서 "엄삼탁에게 3억
원을 줬다"는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손을 뗐다는 등의 얘기가 수사기관
에 널리퍼져 있었다.
엄씨가 정덕진씨 형제와 알게 된 것도 이승완씨의 소개에 의한 것이라
는 말이 있으나 89년께 정씨형제 쪽에서 야당과 TK세력에 돈을 대준다는
말이 돌아 안기부에서 이를 내사할 때 엄씨가 먼저 정씨 형제를 만나자고
해서 알게 됐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 형제는 이때 인연으로 엄씨를 알게 돼 90년 세무조사를 막아달라
고 엄씨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죄와의 전쟁 시작 뒤 90년 김태촌씨 등을 수사하자 엄씨 쪽에
서 자꾸 사람을 보내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캐내려 해 엄씨를 폭력배의 `
비호세력''쪽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새정부 출범 뒤 재산공개파동 때 계속 입방아에 올랐음에도 병
무청장 직을 계속 유지해 대선 당시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 아니겠느
냐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결국 검찰의 예금계좌 추적에서 정씨 형
제를 비호한 혐의의 단서가 포착되고 말았다. 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