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정말 가난한가. 러시아는 과연 달러가 동나 대외채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하는 질문은 그동안 IMF등 국제기구의 의심과 추적을
받아왔다.

최근 러시아 통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년동안 러시아로부터의
부법적인 달러도피는 무려 1백10억달러에 달했다. 대부분 러시아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변칙처리해 도피시킨 것들이다. 이외에 부정과 연루된
개인들의 달러 은닉도 상당액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꾸어쓴 돈은 약1백40억달러 이중 현금은
불과 10억달러 남짓이고 나머지는 외채상환유예와 소비재 현물차관이다.

달러의 해외도피만 없었다면 굴욕적인 전략무기 감축협상(START
)도,그토록 힘들었던 외채협상도 필요없었던 셈이다. 도피내용을 보면
46억달러가 순수한 도피로 되어있고 64억달러는 부법적인 바터거래에서
거래가액을 턱없이 낮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수출대전을 해외에 잔류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 수출입 통계라한들 제대로 되어있을리 없다. 지난해 러시아의
수출은 전년대비 26%감소로 기록됐었지만 달러도피를 감안하면 오히려
소폭의 증가로 기록된다.

러시아로부터의 본격적인 달러도피는 지난 91년 구소련 대외경제은행의
붕괴로 신용무역질서가 와해돼 현금수요가 폭발한데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특권층의 달러은닉및 도피도 만만치않다.

모스크바 시내에만도 수십억달러가 굴러다닌다는 것은 모스크바에서
외화전용상점을 운영하는 외국기업들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구나 상당수
고객들은 아예 서방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있어 특권층이면
누구나 몇개씩 해외계좌를 갖고있음도 확인되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에서조차 달러를 뽑아쓰고 있고 시내 달러도박장 마다 러시아인들로
넘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외환전문가들을 초빙해 도피달러의 환류와
도피방지를 강구할 계획이지만 당분간은 숨바꼭질에 그칠가능성이 큰것
같다.

어떤 사회든 문제에 상응하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러시아의 부진한
경제를 취재할수록 더욱 우리나라의 상황이 반추되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닌것 같다. 악순환이랄까 총체적 부정같은 것. 정도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