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크게 활성화될것으로 기대되었던 남북경제교류는 3월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로 인해 중단상태에 있다.
이에따라 향후 남북경제교류의 전망에 대하여는 비관적인 견해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비관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하반기 들어
양측의 입장이 정리되는대로 남북경제교류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도 많은데 최근들어 이와같은 낙관적 견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지금은 핵문제로 인해 남북경제교류의 추진이 불가능해
보이나 남북한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게 되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가서
핵문제등 걸림돌이 제거되어 남북경제교류는 본격화되리라는 것이다.
이와같은 낙관적 견해의 근거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는
북한의 권력승계에 따른 내부체제정비를 위한 조치로 해석하여 권력승계에
따른 조정기를 거치면서 남한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면 북한은 국제적
압력과 경제제재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핵문제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남한의 경우도 문민정부 출범에 따라 대북정책의 전향적
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들어 양측의 입장이 정리되는대로
남북경제교류는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지금의 남북관계를 새벽 해뜨기
직전의 어둠에 비유하고 있다. 최근들어 이와같은 낙관적 견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남북경제교류에 관심이 있는 기업등은 올해 후반기
남북한경협의 본격화에 대비,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행 남북경제교류의 장애요인으로는 간접교역에 따르는 문제점과
무역협정및 투자보호협정등 경제교류에 필수적인 제도적 장치의
미비,핵문제등 정치 군사문제와 연계되어 있는 경제교류의 추진전략상
문제점등이 지적되고 있다.
현재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우리정부 공식입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국제적 사찰뿐만 아니라 남북한간 상호핵사찰의 실천으로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이 봉쇄되지 않는한 남북한간의 모든 경제협력은 허용될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핵문제와 남북경제교류의 연계전략을 정부방침으로
하고 있다. 이와같이 경제협력의 정치 군사연계를 주장하는 근거로는
현실적으로 북한이 꺼려하는 상호사찰등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압력수단이 필요한데 우리가 갖고있는 유일한 대북 압력수단은 경협이라는
것이다. 현재 북한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제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경협제공과 핵무기개발 포기를 연계시키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압력수단이라고 본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무장문제와 연계되어 일본 미국등 국가들의 대북한 진출과 지원이
계속 지연되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정권은
몇년 못가서 붕괴될 것이므로 대북한경협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북한의 현실과 정권의 성격을 고려할때 현실성이
적다고 할수 있다. 군사력만이 그들의 권력체제를 지킬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쉽게
양보할것 같지는 않다. 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은 오히려 체제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감안,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않는 경제협력과의 연계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기존경제협력의 추진전략은 경제협력의 목적과 대상및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남북한 경제협력의 목적은 정부가 주장하는바와 같이 통일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경제협력이
정치 군사문제와 연계되어 추진되는 경우는 불안정한 정치 군사상황에 따라
자주 중단될수 밖에 없기 때문에 통일의 여건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정치 군사문제와의 연계로 인한 경제교류의 "Stop and Go"정책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실시켜 통일을 위한 여건조성에 필수적인
상호신뢰회복에 부정적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교류의 일관성
없는 추진은 남한기업의 대북진출에 따르는 위험을 배가시켜 향후
남북교류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될것이다. 최근 통일원에서 시행한
국내81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많은 기업이
남북경제교류활성화를 위해서 정부의 대북 투자절차의 간소화와 함께
일관성있는 남북경협의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경제협력의 추진목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현재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나 기업 등에서는 대북 경제협력의 목적이
북한경제를 도와주는데 있다는 시각이 지배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것으로
이러한 시각은 바뀌어야 한다. 현재 남한기업이 추진하는 경제협력의
목적은 북한의 풍부하고 저렴한 자원과 남한의 자본 기술의 결합으로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있다. 경제협력을 통하여 남한은
사양화되고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부품산업의 대북 이전을 통해 시급히
요청되고있는 산업구조조정이 가능하다. 또 이를 통한 생산비의 절감은
수출시장에 있어서 남한기업의 국제경쟁력 회복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경제협력은 남북한의 보완적 산업구조조정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남북한의
산업구조 조정은 장기적 측면에서 통일후 발생할수 있는 후유증의
발생요인을 감소시켜 통일비용을 줄이는데에도 기여할것 같다. 독일의경우
통일후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통일비용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볼때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산업구조조정은
통일된 민족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수 있다고본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한경제교류의 목적은 남한이 북한을 돕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경제의 산업구조를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치 군사문제와의 연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경협이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이는 경제협력의 진정한
대상이 누군지 모르는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남북한경제협력 추진의
기본방향은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남북한주민간 생활수준의
격차축소에 기여한다는데 목적이 있다.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향상과 이를 통한 남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의 격차축소는 통일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통일후 발생할 통일비용의 축소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 확실하다. 한편 경제협력이 정치 군사목적을 위한 효율적인
견제수단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남북경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야
하며 북한에는 남한과 대체할수 있는 경제협력의 파트너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가 된다.
그러나 현재 남북한의 현실을 볼때 남북한경제의 상호의존성은 아주 낮다.
또 북한경제는 그동안의 폐쇄적 자립노선에 의한 경제정책의 추진으로
외부의 충격에 둔감하며 북한의 경우 중국등 사회주의 우방국과 일본등
남한을 대체할수 있는 경제협력의 파트너가 존재한다. 이런 점등을
감안하면 대북경제협력은 정치 군사목적을 위한 효율적인 견제수단이
될수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남한의 대북경제협력의 중단은 북한경제의 일본
의존성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와같이 핵문제와 연계된 남북한경제교류 추진전략은 실질적으로 정치
군사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견제수단이 되지 못하고 남북한관계 개선에
걸림돌로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군사문제와의 연계로 인한
경제교류 추진에 있어서의 일관성 상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상호신뢰성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으로 남북한경제교류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경제교류활성화를 통한 여건조성으로 민족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우리의 통일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향후
새정부의 경제교류협력 추진방향은 전환되어야 한다. 즉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정치 군사문제와의 연계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의 자율에 맡겨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남북한 경제체제의 차이와 민간기업의
과잉경쟁에 따른 부작용의 축소를 위해 제한적인 정부의 조정은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북한을 돕는다는 통일정책적
차원이 아닌 산업구조조정이라는 경제논리의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교류의 주체는 민간기업이 되어야 하고 경제교류에 대한 정부규제는 점차
축소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남북경제교류에 대해 허가승인등 규제를
통한 직접조정 보다도 남북한협력기금의 확대를 통한 간접규제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 정부의 묵인하에 지난 10여년간 민간차원의
경제교류가 조용하고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이를 통한 경제의
상호의존성증가는 인적교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에
양국은 교류의 수준을 정부차원으로 높이기 위한 협상을 시작,양국의
경제교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와같은 실리위주의 중국과
대만의 교류형태는 우리의 향후 남북한경제교류 추진을 위한 방향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