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국내제조업의 경영실적은 4.7%라는 최악의 경제성장률(GNP)이 대변
하듯 수익성 재무구조 생산성및 매출신장세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이었다.
인건비상승률이 둔화돼 원가부담이 다소 경감됐다는 점외에는 형편없는 성
과를 낸 셈이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9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수익성을 나
타내는 매출액경상이익률은 1.5%에 달해 82년(0.9%)이후 10년만에 가장 낮
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이자등을 갚고나서 고
작 15원의 이익을 남긴 꼴이다.
수익성이 이처럼 나빠진것은 금융비용부담이 높아진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물건을 팔아 얻은 수입(매출액)중 이자등으로 지출한 비중을 나타내는 "금
융비용 부담률"이 91년 5.7%에서 지난해 6.3%로 높아졌다. 이 역시 82년(6.
6%)이후 가장 높아 일본(91년 2.1%)의 3배 수준을 나타냈다.
제조업체가 무거운 금융비용부담에 시달린 것은 금리가 높아져서가 아니
다. 지난해 평균차입금 금리는 12.3%로 오히려 전년보다 0.7%포인트 낮아졌
다. 그런대도 금융비용이 많아진것은 차입금규모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자본중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 존도"가 47.2%로 81년(49.4%
)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들은 물건이 팔리지않아 재고부담이 가중되자 운전
자금수요를 늘릴수밖에 없었는데다 증시상황도 좋지않아 주식발행을 통한
값싼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기불화의 여파가 그대로 나타났다
고 할수 있다.
불황탓에 매출이 둔화된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제조업매출증가율은 10.1
%로 전년의 17.6%를 크게 밑돌았다. 수출은 그런대로 됐으나 내수가 7.3%증
가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문별로는 중소기업이 내수둔화영향
을 크게받아 5.9%의 저조한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둔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수지(이자지급및 지출제외)만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6%로 작년과 같았다. 물건이 안팔렸는데도 영업이익
률이 떨어지지 않았던것은 임금상승률의 둔화와 물가오름세진정,수입원자재
값 안정등으로 제조원가부담이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종업원1인당 인건비증가율은 12.0%로 전년(18.9%)보다 둔화돼 87년(1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따라 매출액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인건비부담률도 13.9%로 전년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면서 87년이후 상승세
가 멈춘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와 상대적인 노사관계안정등으로 임금이
안정됨으로써 어려운 기업경영에 다소간 보탬이 됐다고 할수 있다. 특히 대
기업의 경우 1인당 인건비증가율이 10.5%로 1인당 부가가치증가율(11.8%)을
밑돌았다.
작년도 투자실적도 극히 저조했다. 제조업의 설비투자동향을 나타내는 유
형고정자산증가율은 10.9%로 전년(20.3%)의 절반에 머물렀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이미 중화학분야에서 대형투자가 일단락돼 기업
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무구조도 일제히 나빠졌다. 제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23.8%로 전년(24.
4%)보다 떨어졌다. 제조업의 단기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도 전년의
95.8%에서 92.8%로 낮아졌다. 부채비율은 3백9.2%에서 3백19.7%로 높아졌
다. 판매부진으로 외상채무가 늘어난데다 주식발행이 저조,재무구조가 악화
된 것이다.
임용호한은조사2부장은 "작년도 기업경영분석은 경기부진의 단면을 그대로
나타내고있다"고 말하고 "경영실적이 나쁜가운데서도 인건비상승세가 한풀
꺾인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