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습니다" "어느 정돈가?실력이." "글쎄요.제 실력을 제 입으로 말씀
드리기가 좀 뭐합니다만,이이나오스케의 호위병들이라면 칠팔명은 거뜬히
해치울 자신이 있습니다" "허-그래?상대에 따라서 다르다 그거지?"
"그렇죠. 싸우는 상대에 따라서 정신상태가 다를테니까요"
지사에몬의 그말에 두 눈을 반짝이면서 얼른 시즈부인이 입을 연다.

"정말 그럴 거예요. 증오를 가지고 덤비면 훨씬 힘이 날게 아니겠어요"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세키는 다시 묻는다.

"무슨 유파(유파)지?" "시현류(시현류)입니다" "음,사쓰마의 시현류라면
야쿠마루한사에몬(약환반좌윙문)의 문하(문하)겠군. 맞지?" "예,맞습니다.
우리 스승님을 잘 아십니까?" "알지"
세키는 빙그레 웃는다.

그러자 다카하시가 말한다.

"이분은 미도의 검술 사범이시라구" "하,그렇습니까?"
지사에몬은 얼른,그러나 정중히 두손을 다다미에 짚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어디,내가 자네 칼을 좀 볼까?" "예,그러시죠"
세키의 말에 공손히 대답하고,지사에몬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간다.

잠시후,그가 자기의 대검을 가지고 돌아오자,세키는 그것을 받아들고 우선
외양을 이모저모 뜯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이게 뭐지?" 하면서 칼집 옆구리 한 군데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뭔가 싶어서 다카하시와 시즈부인도 그곳으로 시선을 보낸다.

지사에몬은 약간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앉아있다.

"호,이거 단가(단가)아니야"
뜻밖에도 칼집에 한 수의 짧은 시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바위인들 무쇠인들 자르지 못하리.

무사가 나라 위해 칼 휘두르면.

세키는 술기운에 혀가 제대로 미끄러지지 않는듯 더듬거리며 그 시구를
읊조리듯이 읽는다.

"아하-"
시즈부인의 입에서 나직이 감탄의 소리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