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벌회는 1975년 경주 분황사옆 북천가에 있는 한 아파트에 같이 살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신라의 고도 경주를 사랑한다. 그러나 새벌회
회원은 경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이다. 모임을 시작할때 회원은 다섯집의
부부로 구성된 총10명이었다.

회원은 심상훈씨(현 대전엑스포건설본부장)와 그의 부인
김영자씨,이종호씨(현 리비아 한국대사관 건설관)와 그의 부인
금동규씨,최종무씨(건설회사 사장)와 그의 부인
허희숙씨,장정균씨(회사원)와 그의 부인 박정자씨,그리고 필자와 아내
방정숙이다.

그런데 이 모임은 회칙도 없고 회장도 선거로 뽑지 않았다. 회비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회장이 정해서 받는다. 하는 일은 산이나
유적지를 답사하는 일이다. 그리고 꼭 송년회를 한다. 어떤때는 식당에
모여서 밥 한끼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진다. 이제는 회원 모두가
50세가 넘다보니 며느리를 보고 사위를 보았다.

어떤 회원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모임에서는
30대에 처음 모였던 기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회의 회장은 여자가
하고있다. 바로 필자의 아내인 방정숙이다.

아직도 회장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것 같다. 이 새벌회는 경주의
옛이름 "새벌"에서 따온 것이다. 회가 결성된지 어언 18년이 흘렀다.
그간에 옛날에 살던 경주를 몇번 다녀오고 백제고도 부여와 공주 월악산
빈신사지와 미륵사지,속리산 법주사,대둔산 북한산 지리산 설악산 낙산사
강화도 오죽헌 현충사등 유명한 산과 문화유적등을 수많이 답사했다.

시간이 없을때는 창덕궁 비원에도 간다. 때때로 답사기도 쓰고 사진도
찍고 온천도 한다. 필자는 사진 찍는것이 취미라서 추억의 현장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근년에 최종무회원이 타계하여 그의 부인
허희숙씨는 외기러기가 되었지만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한다. 새벌회는
회원간에 감추거나 가리는 것이 없어 한 가족같은 기분이 난다. 어느해
4월 경주남산을 답사했을 때다. 불암으로 올라서 산정상을 타고
용장사지를 거쳐 삼릉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암산의 바위벼랑에
철쭉이 만발하고 봄비가 온뒤라 계곡 도처에 계류가 폭포를 이루고 송림과
불적이 어울려 별천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남산을 답사하는 동안은 경치에
취하여 발이 부르튼 줄을 몰랐는데 답사한 후 모두 절름발이가 되었다.
눈오는 밤에 속리산 법주사를 답사한 일이 있다. 신비경을 본 기분이었다.
이런 추억들이 세월이 갈수록 아름다운 백서로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