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5일 어린이날 필자의 모교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경복고교 제48회 졸업 20주년 기념행사.

지난 73년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효자골을 떠났던 7백20명의 동문들이
20년만에 가족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인것이다. 졸업후 처음보는 동문들도
많았지만 이날 오랜만에 서로의 모습과 안부를 확인하며 느낄수 있었던것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깊어져가는 끈끈한 동창들간의 정이었다. 역시 친구와
술은 오래 묵을수록 맛이 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자리였다.

나에게는 코흘리개 경복중학 시절부터 만나오는 친구들이 있다. 67년에
입학하면서 처음 만난 친구들이니 햇수로 26년째가 되는 못말리는
악동들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같이 공부하고 놀고 몰려다니던
모임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요새는 한달에 한번씩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만나는데 부인과
아이들을 합쳐 그 수가 30명이 넘어서 모임은 늘 전쟁터같지만 먹고 마시고
얘기하느라 시간가는줄을 모르는 즐거운 자리가 된다.

언제나 즐거운 유머로 좌중을 즐겁게 하는
이승연(체이스맨해탄은행)김정선부부,이름때문에 6공 내내 유명세를 치른
이재순(대우) 김옥숙부부,부인이 우리들의 주치의인
장철주(동화은행)노재경부부,참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한성종(영락중학교)유경옥부부,초지일관 섬유업의 외길을 달리는 남궁환
최윤숙부부,세계 수영복 시장을 잡고 흔드는
박달홍(조은상사이사)김진경부부,마도로스에서 사업가로 멋진 변신을 한
김동준(성신산업이사)안난희부부,늦게 본 아들로 입이 다물어질줄 모르는
이상래(가톨릭병원외과과장)이미숙부부,건전 비디오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신원철(명화비디오사장)신하숙부부,얼마전 아쉬움속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신창균(약수의원원장)이희옥부부,특이하게 경기고 출신이지만
우리 친구들과 더 친한 황운광(금성사)박순원부부,전방에 있어 늘 마음만
함께 하는 조중현육군중령부부,그리고 필자부부 이상이 우리 악동들의
면면이다. 그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형달군의 죽음만 없었다면 큰
환란없이 우정을 나누어온 정겨운 친구들이다. 그간 워낙 무심히
만나다보니 20년 넘게 모임의 이름이 없어서 최근에는 좋은 이름을
짓기로했다. 67년에 만났으니 67회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