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거사일을 사흘 앞둔날 밤이었다. 그러니까 이월 말일이었다.

시즈부인은 자다가 바깥에서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이
한밤중에 누군가 하고 부스스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해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누구시냐구요?" 그래도 대답이 없다.

시즈부인은 잠결에 무슨 소리를 잘못들었나 하고 돌아서서 도로 현관으로
들어서려 했다. 그러자 또 똑똑똑.대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아니,누구시죠?"
그제야 시즈부인은 조금 망설여지면서도 빗장을 풀고 대문을 열었다.

"어머!"
시즈부인은 깜짝 놀란다. 뜻밖에도 대문 밖에 남편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웬 젊은이를 한 사람 데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당신 어디 갔다가 이제 오시는 거예요?" "응,좀 볼일이 있어서.그런데
여보,내가 마쓰코의 신랑감을 데리고 왔다구" "신랑감을요?마쓰코를 벌써
시집보내려고요?" "응,이번에 꼭 보내도록 해야겠어. 자,이 사람이
신랑감이야. 보라구"
그러자 젊은이가 웃으며 꾸뻑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어머나,지사에몬 아니야"
처음에는 누군지 잘 알수가 없더니,인사를 하는데 보니까 바로 지사에몬이
아닌가. 시즈부인은 좀 의아스러운듯이 묻는다.

"아니 여보,지사에몬은 며칠 뒤에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자르러 간단
말이에요. 살아 돌아올 가망은 없다구요. 그런데 마쓰코와 결혼을
시키다니 말이 돼요?" "아니야,그러니까 꼭 결혼을 시켜야 된다니까.
죽기전에 말이야" "그러면 마쓰코는 과부가 되고 말잖아요" "그래도
좋으니까 반드시 결혼을 시켜야 된다구. 알겠지?"
시즈부인은 대답이 목구멍에 걸린듯 나오지가 않는다.

"자,지사에몬,어서 집으로 들어가서 마쓰코와 혼례식을 올리도록 하라구.
그럼 나는 가네"
구사가베이소지는 돌아서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여보-마쓰코를 결혼 시키라면서 당신은 어딜 가요?예-?"
시즈부인은 냅다 소리를 지르며 대문밖으로 뛰어나간다.

그러다가 잠을 깼다. 물론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