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100일계획이 시행되어 50일을 넘어섰으니 이제는 그 진행방향을
짚어봐도 좋을 때이다. 수출이 4월말까지 전년동기 대비 7. 2%증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업계는
현재의 수출호조를 경쟁력행상이 아닌 엔고덕택으로 보고있다. 5월
중반이후의 금리상승을 제외하면 그동안 대체로 금리가 하락,안정세를
보였지만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일부 품목에서만 수출호조를 보이는
것을 보면 일단 정부의견보다는 업계의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신경제 100일 계획으로 경제가 갑자기 더 나아질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본래 취지대로 신경제 5개년 계획이 마련되는동안
일단 경제가 악화되지 않게하는 효력만 지니면 되는,이를테면 야구의
"원포인트 구원투수"인 셈이다.

신경제 100일 계획의 7대과제중 핵심은 규제완화와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
방출이지만,본란에서는 그중에서도 규제완화에 중점을 두기로 한다.
"신경제"경제정책의 범주는 의식개혁과 제도개혁인데,규제완화는 이 두가지
개혁 모두에 연관되기 때문이다. 50일동안에 발표된 규제완화만도 1차
670건 2차 87건으로 757건에 이르고 있지만,사실 규제완화는100일 계획이
아닌 제도개혁의 일환으로 계속 추진될 과제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면 이처럼 규제는 마구 풀리고 있는데 막상 그 완화된 규제내에서 일해야
할 경제주체의 의식자체는 따라가질 않는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는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경제조직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의 규제완화에의한 제도개혁은 주로 산업조직론 입장에서만
논의되고 그것의 경제성장과의 관계는 간과되고 있다. 효율적인
경제조직이 경제성장의 열쇠라고 보는 제도학파의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서유럽의 진보를 효율적인 경제조직의 발전으로 설명하는 경제사가들을
들수있다. 효율적인 경제조직은 두가지 요소,즉 효율적인 제도적 장치와
소유권의 확립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위의 두 요소는 개인의 경제적
노력이 사적 수익률을 사회적 수익률로 상승시키는 활동들로 이어질수 있는
동기를 창출할수 있어야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에게 있어서 기술혁신과 투자가 경제성장의
결정요인이라고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있다. 반면 제도학파 성장이론에
따르면 위 두가지는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바로 성장 그자체이다.
제도학파 입장에서는 규제완화등 제도적인 요인의 개선이 오히려
경제성장의 원천인 것이다. 그러나 효율적인 조직으로 되려면 제도와
더불어 그 조직을 움직이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점은
신경제를 추진하는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기조와 일치하긴 하지만 실제로
나타난 것을 보면 제도적 규제완화에만 급급함으로써 보다 중요한 "사람"의
문제가 간과되고 있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는 두가지로 간추려서
설명될수 있다.

첫째 신경제5개년계획 세부지침을 보면 교육부문이 빠져있다. 정상적인
학교교육의 개혁을 무시하고는 궁극적으로 의식및 경제개혁이 성공할수
없다.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경제학자에게 설파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의미가 간과되어있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효율적인 조직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신경제는 5년내에 의식개혁을 이뤄보고자 하지만
단기에 기존인력의 사고와 행동을 모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규제완화로 창출될 효율적인 조직에 맞는 언행일치의 행동을 할수있는
사람은 새로운 세대이다. 그것에 알맞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은 초.중.고 교육을 통해 육성될 20~30년뒤에 올 사람들이다.
한국의 비약적 발전은 이런사람을 키워낼 기초교육이 제대로 자리를
잡느냐에 달려있다. 그 세대가 자리를 잡게될때까지의 앞으로 20~30년을
어떻게 버티고 나가느냐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제고시킴으로써 달성될수
있을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그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저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둘째 공무원 의식개혁은 현장체험에서 나온 현장제일주의가 되어야 한다.
규제완화및 의식개혁에 따른 효율적 조직을 위한 공무원 교육으로 또다시
새마을 공무원 연수원이 붐빌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갈 나이에있는
사람들은 이미 3공 5공 그리고 6공을 통해 그런 유의 의식개혁에는 충분히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다.

규제완화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려면 2박3일동안 연수원으로 갈것이
아니라 2박3일동안 자신들의 규제업무와 연관된 현장에가서 국민의 입장이
되어보자. 규제를 간소화하면 얼마나 비용이 절약될수 있는지 쉽게
알수있을 것이다.

간단한 예로 중고차 이전등기를 하러 구청에 가보면 족히 반나절은
소비해야 된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를 보면 공무원이 왜 많아야 하는가를
쉽게 알수 있다. 또한 정부는 지하철 공채를 팔줄만 알았지 국민이 제값을
받고 매매할수 있는 정보나 제도에는 관심이 없다. 자동차 매입자가
구입한 채권을 사기위해 구청에 상주하고 있는 독점형태의 채권매입업자가
우리들에게 마련된 편의의 전부인 것이다.

제도개혁및 의식개혁이 철저히 진행되면 경제가 자연히 잘될거라고
믿는것이 신경제의 기본 경제철학이다. 제도학파의 성장이론에 따르면
그것은 바른 판단일수 있다. 그러나 두가지 개혁은 교육개혁 그리고
현장제일주의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이루어질때 성공할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사상으로 조상들이 물려준 "무실력행"을 다시금 우리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