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정재철 민자당 의원 등 공직자.의원들이 재산
공개 때 숨긴 재산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고위 공직자의 은닉 재산에 대한
전면적 추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3자 명의로 숨겨진 재산의 경우 직무와 관련한 수뢰와 같은 부
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일 가능성이 높아 은닉 재산에 대한 철저한 추적
조사와 형사처벌 없이는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취지가 무색해질 것으로 우
려된다.

이 전 고검장의 경우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시가 20억여원에 이르는 호화
빌라를 조성일(46)씨 명의로 사들인 것 이외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 고암
빌딩과 역삼동 청파빌딩 등의 실제 소유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씨의 이러한 막대한 재산은 서초동 빌라 구입경위에서도 드러났듯이
검찰 고위간부라는 직책을 이용한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을 것으로 추정되
고 있다.

부인과 아들 소유의 동방상호신용금고 주식 12억1천여만원어치(액면가
기준)를 재산공개 때 숨긴 사실이 드러난 민자당 정재철 의원의 경우도
주식취득 시기가 이 회사의 경영권 교체 때인데다 그가 재무부 기획관리
실장, 민정당 재정위원, 국회 재무위원장 등 상호신용금고 업계와 관계깊
은 요직을 거친 점에 비추어 직무와 관련한 로비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지난 3월 민자당 재산공개 당시 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이
처남 등 주변 친지들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제3자 이름을
빌린 은닉재산이라는 의혹을 받았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이
법도 공직자들의 재산 허위등록을 밝혀내 제도의 실효성을 살리기에는 미
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개정된 이 법은 각 부처에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두어 등록된 재산에 대한 실사작업 등을 벌이도록 규정했으나, 이 제도가
제구실을 다하기를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
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유종성 정책실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도 필요할
경우 은행.국세청.감사원 등에 재산 실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
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이 기구가 은닉재산 등을 밝혀내기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교묘히 숨겨놓은 공직자의 재산을 추적 조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