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파견근무중 선거개입 등 불법행위를 해온 현역 장교들에 대해
군 당국이 사법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투전기(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53)씨 형제에게서 금품을
받고 그들을 두둔해준 혐의로 구속중인 엄삼탁 전 병무청장이 안기부 재
직 때 운영하던 사조직을 맡아 대구 서갑구 보궐선거와 대학생 조직 등에
불법 개입해온 해병대 소속 임용인(국군 체육부대 근무) 중령 등 현역 장
교 3명을 이른 시일 안에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28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 엄 전청장의 구속 직후부터 이들
장교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 임 중령 등이 현역군인 신분으로 공무 이외의
사조직 관리와 선거 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잡고 이들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이들 현역장교는 해병대 임 중령 외에 엄씨가 안기부 국방보좌관일 적
에 부관을 지낸 배아무개(<><>사단 중대장) 대위, 그리고 기조실장 당시
부관이던 서아무개(안기부 파견 근무) 소령 등 3명이다.

이들 중 특히 임 중령은, 소령으로 체육부대 태권도 교관을 맡고 있던
87년께 당시 국군 체육부대장이던 엄씨를 처음 만나 이듬해 엄씨가 안기
부 국방보좌관으로 옮기자 함께 따라가 엄씨의 사조직인 이른바 `공작팀''
을 지난해 말까지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임 중령은 파견 형식으로 안기부에 근무하며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크라운호텔 근처에 안가를 차려놓고 정보수집 활동은 물론 엄씨가 준 거
액의 자금을 동원해 선거와 대학생 행사에 불법으로 개입하는 등 정치공
작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중령은 또 90년 봄 대구 서갑구 보궐선
거에서 폭력배를 대거 동원해 민자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으며
해병동지회 등 관변단체 관리에도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임 중령은 특히 89년 추석 직전 이태원 안가에서 투전기 업자와 만나
거액의 뇌물을 전달받은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중령은 지난 2월 국군 체육부대로 원대복귀했으나 엄씨 구속 뒤 휴
가원을 낸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들 현역군인과 별도로 검찰은 엄씨의 사조직을 총괄 관리해온
전 안기부 부이사관 김태인(52)씨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머잖아 배임수
재 등의 혐의로 구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엄씨의 검찰소환 무렵인 지난 14일 안기부에 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