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9일낮 청와대에서 럭키금성의 구평회, 현대의
정세영, 경방의 김각중, 효성의 조석래, 포철의 정명식회장과
대우의 이경훈, 대한항공의 조중건, 쌍용의 김석준부회장등 재계
인사 12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계의 의견
을 수렴하고 제2의 경제도약을 위한 대기업의 솔선수범과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은 김대통령이 오는 6월중순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6차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는 구평회 한미재계회의정책위원장등 한
국측 간부위원 12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 하는 형식으
로 이뤄졌으나 취임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급 사이의 첫 만남으
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
중은 매우 높은만큼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써
야 할 것"이라며 "지금 중소기업들은 활발하게 재투자할 움직임
을 보이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선뜻 움직이려 하지 않고있다"며
대기업이 투자를 적극 선도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대통령은 "나는 한번도 돈을 버는 것이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으며 다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지 말라고 한 것"이라면서
"일부에서 최근의 개혁을 초법적이라고 하지만 요즘 법에 의하지
않고 비리관련자를 구속한 사례가 없으며 오히려 그동안 법으로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쌓이게 된 것"이라
고 강조했다고 이경재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찬은 대통령과 참석자들간의 토론회형식으로 약 1시간
20분동안 진행됐는데 정주영씨문제로 어려운 입장인 현대그룹의
정세영회장이 발언에 나서 "부정부패척결은 정말로 환영하지만 너
무 길어지면 역시 모든 면에서 굳어지게 마련"이라며" 이제부터
비리를 저지르면 절대 용서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기업의 투자의욕
이 활짝 되살아날 것"이라고 건의하는등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고 이대변인의 설명이다.
특히 구회장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에 큰 영향을 주
고 있고 특히 경제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준다"면서 "그런 의미
에서 오늘의 모임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일으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제인과의 면담기회를 자주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등 새로 열리는 시장에
더 큰 비중을두고 오히려 미국시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하고 "미국은 정치.안보뿐만 아니라 무역.투자.기술면에
서도 여전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미국시장의 중요성
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요즘 기업에 돈 달라고 요구하는 정치인이 있느냐
"고 말한뒤 "이번기회를 놓치면 이제 영영 경제회생할 기회를
잃게될 것"이라며 신한국창조를 위한대기업의 의식개혁과 고통분담
을 거듭 호소했다.
이대변인은 "새정부출범후 부정부패척결과정에서 일부러 그런 것
은 아닌데 재계 스스로가 얼어붙은 상황이었다"며 "오늘 모임은
한미재계회의를 앞두고 특별히 재계인사들을 초청한 것이지만 (얼
어붙은 재계와 관련) 해빙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의미를 부여
했다. 그런 탓인지 김대통령도 오찬이 끝난뒤 자리를 돌며 참석
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면서 정회장에게도 "열심히 잘해보라"
고 격려까지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