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최근 기업관련 행보가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주말 이례적으로 대기업그룹총수급으로 구성된
한미재계회의 우리측간부 12명을 청와대로 초청,"투자"를 독려했다. 이어
31일에는 중소기업전진대회에 참석,"기업에 대해 충격적이거나 강제적인
조치를 결코 취하지않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행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대체로 정부와 대기업간의
"해빙의 시그널"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위축되어있던 기업,특히
대기업의 투자마인드가 되살아나고 기업인들의 막연한 불안심리를
해소시켜주는 좋은 계기가 될수있을것으로 분석하고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또다른 시각도 있다. 기업.기업인에 대한 사정에 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음을 지적,여전히 새정부의 대기업정책을 경계와 우려의
눈으로 주시하고있다.

이처럼 김대통령의 연이은 언행과 관련해 여러갈래의 해석이 있을수있다.
그러나 역시 관심의 초점은 "김대통령과 새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느냐"에 집약된다.

사실 지금까지 경제계는 새정부가 대기업그룹의 부정적인 측면에대해 보다
충격적인 조치로 "시정"을 추진해 갈것으로 보아왔다. 김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도 이런 "루머"등에대해 적극적인 부인을 하지않았었다.
"재벌해체설""기업총수 내사설"이 꼬리를 물고 번져 마치 기정사실처럼
유포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 였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김대통령이 지난 주말과 주초에 걸쳐 행한 발언은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관련,청와대관계자는 "그동안 김대통령이나 새정부의 기업관에대한
진의가 일부 잘못 전달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새정부는
결코 초법적인 수단을 동원,기업을 좌지우지하지 않을것이며 그런 면에서
기업은 결코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하면 김대통령의 최근 기업관련 발언은 기업을
안심시키기에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알수 있다. 다시말해 기업들이
지나치게 위축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투자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실존하는데 대해 대통령이 직접 이의 "진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이나 정부가 그동안 검토하고 추진해온 대대기업관련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수정할것 같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결코
강제적인 수단을 쓰지않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대기업은 스스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말을 31일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석상에서 31일 덧붙여
강조했다.

이는 곧 김대통령이 대기업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나
사고방식만으로는 결코 개혁시대에 동참할수 없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있음을 나타낸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3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8개그룹에 대한 내부자거래조사에 착수한것도 바로 "원칙"에 충실한
새정부의 대기업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와대주변인사들의 대기업에 대한 인식은 사실 썩
좋지않은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비서실의 경우 다소 예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비서관들은 정치참여등을 통해 투영된 대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더 많이 기억하고있다. 이른바 대통령을 오래 모시며 야당생활을
한 가신그룹일수록 더 그렇다.

따라서 "위축된 대기업인들을 한번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청와대내에서는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꼭
대통령을 만나야 "안심"을 한다는 발상자체가 정경유착 시대의 산물"이라는
반응이 많았던만큼 김대통령이 대기업 그룹총수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이
그만큼 더 걸린 것으로 볼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최근 기업관련 행보는 "경제회생"에 관한 그의 신념이자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될수 있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스스로 개혁의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경우 정부와
대기업은 "정경유착"이 아닌 새로운 동반자의 관계로 힘을 모을수 있게될
것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