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반승락은 받아놓은 셈이지요" "반승락이라니,왜요?" "형님이
있으니까 그래야지요. 형님하고 상의해서 좋다면 결혼을 하겠다는 거예요"
"아,예,그럼 됐네요 뭐"
유스케는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부인은 유스케와 의논을 하려고 마쓰코를 사쓰마 번저로 심부름을
보내고나서 지사에몬에게 또 꿈 얘기를 하고 아무래도 결혼식을 올리는게
좋겠다고 은근히 밀어붙이듯이 말했던 것이다.

점심을 네 사람이 함께 먹으면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완전한 합의를 보았고
그리고 구체적인 상의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거사 본부의 세분을 비롯해서 지사에몬과 함께 돌격조에 편성된
자객들을 초청하여 식을 거행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결혼이라고 할수없는 얄궂다면 얄궂은 특수한 결혼인
셈이니 외부에 알릴 것까지는 없고 또 그러다가는 자칫하면 남의 눈에
이상하게 비쳐서 거사에 차질을 가져올 그런 일이 일어날수도 있으니 일체
비밀로 하고 네 사람만이 아는 결혼으로 아주 조용하고 조촐하게 식을
거행하기로 하였다.

식을 올리는 시각도 저녁으로 잡았다. 유스케는 번저의 일 때문에 점심을
먹고는 돌아가서 근무를 해야 했고 그래도 명색이 결혼식이니 음식을 좀
장만해야 되었기 때문이었다.

해가 지고 사방에 어둠이 깔릴 무렵 식은 거행되었다. 불단이 있고
구사가베이소지 부자의 신주가 안치되어 있는 그방에서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신랑신부가 모두 평상복 차림이었다. 신부인
마쓰코는 그래도 자기 집이어서 나들이옷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어
입었지만 신랑인 지사에몬은 탈번을 하여 낭인이 되어서 남의 집에 얹혀
지내는 처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입던 옷 그대로였다. 좀 일찍 이런 일이
결정되었더라면 시즈부인이 사위에게 새옷을 한벌 지어 입혔을뿐아니라
신랑신부의 예복까지 마련했을 터이지만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비록 예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불빛 가운데에 마주앉은 신랑신부는 마냥
화사해 보였다. 곱게 신부 화장을 하고 비단으로 지은 값진 나들이옷을
입은 신부는 말할것 없고 입던 옷이지만 잘 다려서 입은 신랑 역시 본래
미소년형의 얼굴이라 한결 젊고 풋풋해 보였다.

비록 하룻밤의 덧없는 인연을 맺는 터이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고
살짝살짝 수줍은 미소가 어리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