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아의 영명한 추장 투이아비가 90여년전 유럽을
방문,파파라기(폴리네시아어로 백인)들의 시간에 쫓기는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파파라기들은 하루를 24조각으로 나누고 그 조각들에는
각기 이름이 붙이고 있다. 이 조각을 다시 쪼개 시 분 초로 나눈다. 이런
조각들이 60으로 나누어 진다는데 어찌나 복잡한지 머리가 돌 지경이다.
남녀할것 없이 조개껍질만한 둥근 기계를 손목에 걸고다니면서 수시로 이를
들여다보며 시간에 쫓겨 헐떡거린다. 파파라기들의 다급해하는 모습은
실로 가관이다"
"시도 때도 없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파파라기들의 일정을 보노라면
그들은 마치 악령에 사로잡힌 마귀처럼 보인다. 모든게 혼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혼란은 귀신쫓는 굿을 해도 나을것 같지않다.
파파라기들은 예외없이 귀신들린 짐승같다"
"파파라기들이 나에게 몇살이냐고 묻길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적어도 제
나이만은 알고 살아야 할것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그저
웃음만으로 응답했다. 정말 딱한 인종들이다. 나이는 알아서 무엇에
쓰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유장한 정서로 "왕국"을 통치해온 한 추장의 유럽
견문록이다.

투이아비추장이 실존했던 인물이었는지의 여부는 알길이 없다. 다만
폴리네시아 문화권속에서 가장 생활수준이 높은 하와이로 생업을 구해
이주해온 많은 사모아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설화속의 한토막이다.

투이아비추장의 눈에 비친 파파라기는 다름아닌 우리자신임을 느끼게
한다. 하루24시간도 모자랄만큼 급한 하루를 사는게 오늘의 한국인이다.
현대의 모든 문명국 국민들이 하나같이 시간에 쫓겨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의 도시민들처럼 다급한 시간에 쫓겨사는 사람들은
드물것 같다.

내일로 문민정부가 발족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온나라와 사회의
구석구석이 사정의 세찬 바람을 타고 "단숨에 100일을 스쳐온"기분이다.
온 국민이 100 경주를 10초안팎의 기록으로 주파했다고나 할까. 이제
한숨을 돌리고 장거리 경주에 대비해야할 분기점에 선것 같다.
"파파라기의 단기"로는 역사의 거창한 흐름을 창출해 낼수는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