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조촐하나마 격식대로 결혼 예식을 마치고,그자리에서 축하연을
벌였다.

"이로나오시"(색 고치기)라는 절차는 생략되었다.

이로나오시란 신랑신부가 예식을 마치고,축하연으로 들어가기 전에 예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일인데,처음부터 평상복이었으니 그런 절차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축하연은 네 사람의 자리로서는 제법 풍성한 편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어쨌든 결혼 시키는 터이라,시즈부인은 시장으로 어디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가지가지 재료를 마련해 와서 오후 내내 지지고 볶고 했던
것이다.

예식 때와 마찬가지로 축하연에서도 신랑신부의 표정은 밝았다. 마쓰코는
얼굴에 엷은 홍조를 띠고 있기까지 했다. 가볍게 흥분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시즈부인과 유스케는 그렇지가 못했다. 유스케는 비교적 덤덤한
편이었지만,시즈부인은 축하연인데도 축하하는 기색은 보이지가
않고,얼굴에 엷은 그늘처럼 우수가 서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예식을 올려서 마쓰코가 지사에몬과 부부의 인연을 맺기는
했지만,그것이 내일이면 끝장이 나는 판이니 말이다.

축배를 들고,식사를 하면서도 모두 거의 말이 없었다. 결혼을
축하하는,연회이면서 한편 내일 거사에 참가하는,다시 말하면 출정(출정)을
하는 지사에몬에 대한 영원한 송별의 자리이기도 한 셈이어서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술기운이 좀 오르자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휘저으려는 듯이
지사에몬이 불쑥 시즈부인을 향해, "장모님"하고 입을 열었다.

"응?"
시즈부인은 약간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모님"이라는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이거 무슨 고기예요? 회가 참 맛있네요" "도미지" "아,도미군요. 난 도미
회는 생전 처음인데요" "그래? 자네를 위해서 일부러 샀으니 많이
먹으라구. 또 있으니까" "예,많이 먹을게요. 장모님도 드세요" "응,그래"
"그거 참 고소하고 맛있네"
지사에몬은 한꺼번에 회 토막 두 개를 입에 넣고 불룩불룩 씹으며
중얼거린다.

시즈부인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어린다. 그러나 그 웃음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