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6월4일 중국은 이날 세계를 경악케했었다. 북경
천안문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학생 시민들이 장갑차와 탱크로
짓밟혔다. 사상자수만도 수천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천안문사태"로 일컬어지는 중국의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로부터 꼭 4년후가 되는 4일 천안문광장에는 또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천안문사태 4주기를 맞아 시위가 발생할 것에 대비,당국은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이붕총리의
건강악화설 실각설등이 천안문의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천안문사태 4주년을 맞아 지금 중국이 또다시 긴장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89년 천안문사태 발생 전후와
너무도 흡사한 탓이다.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될수 있는 천안문사태 발생에는 정치 사회적요인보다
과속성장에 따른 극심한 인플레의 경제문제가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지난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정책과 함께 성장가도에 들어섰던
중국경제는 80년대 중반 연10%이상의 고속성장을 계속했다. 이로인해
인플레가 가속되고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불균형심화,농촌유휴인력
도시집중등 많은 경제문제를 야기시켰다.

지난 85~87년사이 연평균 7.3%를 기록했던 인플레율은 88년
18.5%(도시지역은 약26%)까지 치솟았다. 인플레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하자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또한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농촌인구의 도시유입붐에 따라 각도시에는 실업자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결국 이같은 경제불안이 일부 학생및 지식인 사이에 싹트고 있던 정치적
민주화 욕구와 결합,천안문사태라는 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의 중국경제도 인플레와 실업으로 시달리고 있다. 도시지역 인플레는
현재 17%로 4년전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나 불안감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더욱이 도시지역 실업 상태는 89년과 비교가 안될만큼
부풀었다. 홍콩의 한 일간지가 지적했듯 중국경제는 현재 2고(원자재및
소비자 물가상승),2긴(에너지부족과 수송난),2란(사회간접자본시설 미비및
금융체계 혼란)에 봉착했다.

더욱이 중국은 지금 또다른 천안문사태를 유발할 지도 모를 정치적 사안을
눈앞에 두고있다. 정치 경제의 개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최고실력자 등소평(89)의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워낙 고령인데다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어 이미 몇차례나 그의 사망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포스트 등(등소평의 사망이후 중국)"의 최대 우려는 등이 수립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에 어떤 궤도수정이 일어나고 그로인한 정치 경제
사회적혼란이 야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등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원칙은 "공산당 1당 독재와 생산수단
공유제(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경제는 민간에 맡긴다(시장경제)"는
노선이다. 이중 전자가 강조되느냐 아니면 후자가 강조되느냐에 따라
개혁의 가속과 후퇴가 결정된다. 그리고 정치노선 투쟁은 항상
경제문제에서 시작됐다.

중국은 지금 등소평의 의지에 따라 시장경제를 강조,개혁정책을
가속화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최고권을 행사한 등소평 조차도
지금까지의 개혁정책 추진 과정에서 숱한 반대세력의 도전을 받아왔다.
이는 곧 그의 죽음이 반대세력의 등장을 용이하게 할것임을 뜻한다. 등이
보여준 시장경제 추진력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같은 우려는 포스트 등을 이끌어가게될 첫번째 주자인 강택민의 정치적
위상이 미약하다는 데서 더욱 증폭된다. 강은
당(총서기)정(국가주석)군(군사위주석)을 장악하고 있으나 모든 정치세력을
포용할수 있는 카리스마가 없다는 평을 받고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방정부가 공공연히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사례가 늘고있어 강의
통치력에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등의 후광으로 정치권력을 잡게된 강주석이 등의 사후 정치권을 휘어잡지
못하면 중국은 다소간의 정치적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모택동의 유언으로 권력을 잡게된 화국봉이 정치적인 격동을
겪은후 등소평에 밀려 실각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홍콩언론들은 중국에서 이미 노선투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다. 지금의 경제불안을 놓고 시장경제 강조를 주장하는 개혁성향
관료들과 사회주의 노선 강조를 내세우는 보수세력간의 알력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붕총리의 와병설도 사실은 물밑세력다툼의
일환이라는 설도 나온다. 이 싸움에서 이붕총리 추가화부총리등 다소
보수성향 관료의 주장이 주용기등 개혁세력의 주장을 누르게 된다면 중국은
지난 89~91년 사이에 진행됐던 경제긴축,대외개방폭 축소등의
보수성향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 사회적 문제가
천안문사태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발전할 것이라는데는 아직 회의론이
우세하다. 중국경제는 이미 세계경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에 급격한
폐쇄정책을 취할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의 중국문제는
계획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낙관론은 등이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한다. 등이
살아있다해도 중국은 경기과열 해소를 위해 감속성장정책의 실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등소평조차도 현재의 경제과열,실업증가,사회질서
문란등의 문제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순항과 우호적인 한.중관계심화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가 양국간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큰 요소가 될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치 경제의 긍정적인 발전모습 이면에 싹트고 있는
부정적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하여 대중국 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천안문사태 4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중국의 정치 경제현실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0년대에 가서는
미국경제를 능가하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중국경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제파트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성장통"을 앓고있는 중국경제는 정치적 체제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코 낙관만할수 없는 불안감이 중폭되고 있음도 유념해야할
대목이다.

<한우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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